"폐기물 시설에 스카이워크"...서울 소각장 후보지 9월 결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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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소각시설 최적 후보지 1곳을 오는 9월 발표한다. 이 시설은 4년 뒤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생활 폐기물을 처리한다. 또 이곳에는 기존 폐기물 시설에서 보기 힘든 놀이시설 등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신규 소각시설이 도심 외곽에 들어섰을 때 입지 유형. [사진 서울시]

서울시 신규 소각시설이 도심 외곽에 들어섰을 때 입지 유형. [사진 서울시]

서울시 유연식 기후환경본부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1000t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을 2026년까지만들겠다”고 밝혔다. 2026년 서울에서 하루에 생활폐기물은 3102t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 내 4개 소각시설에서 처리 가능한 용량은 2222t(71.6%)정도다. 나머지 880t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지으려면 1만 5000㎡의 부지가 필요하다. 건립에는 국비 등 총 5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은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한다. 하지만 4년 뒤부터 이곳을 사용할 수 없다.

‘기피시설’을 ‘기대시설’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은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꼽혀왔다. 서울시는 기피시설을 복합문화타운으로 만들기로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나 대만의 ‘베이터우’가 모델이다. 아마게르 바케는 소각시설 상부에 스키장을 만들고 벽면엔 암벽장을 설치해 관광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지난해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하루 12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으며 시설 상부에는 스키장·클라이밍장·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서울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하루 12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으며 시설 상부에는 스키장·클라이밍장·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소각시설을 100% 지하화하고 지상부의 높은 굴뚝을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해 전망대·회전 레스토랑·놀이기구·스카이워크 등으로 만들겠다”며 “기피시설을 기대시설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수영장·공원·체육시설·사회복지관 등도 짓는다. 복합문화타운 조성에는 약 1000억원이 들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한다.

오염방지설비도 첨단화한다.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과 고도 청정기술을 도입해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법적 허용 기준 대비 10~50%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연 100억 원 규모 기금 지원도

주민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주민지원 기금’을 만들어 소각시설 주변 지역 주민에게 아파트 관리비·난방비로 지원한다. 주민지원 기금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소각시설 주변 자치구가 부담한다.

하지만 입지 선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소각시설 설치를 원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시는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복수의 후보지를 검토, 다음 달 안으로 최적 후보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전 지역에서 36개 후보지를 골랐다. 최적 후보지 발표 후엔 ‘주민소통협의체’를 구성해 시설 건립 관련 의견을 듣게 된다.

신규 소각시설 폐기물 투입 및 배출 시스템. 서울시는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오염물질 배출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서울시]

신규 소각시설 폐기물 투입 및 배출 시스템. 서울시는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오염물질 배출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서울시]

전문가들 “건강 우려 해소가 먼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각시설이 생활필수시설이지만, 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단 암 발병과 소각시설의 관계를 분석해 온 김용대 충북의대 교수는 “소각시설이 분명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신규 시설 장점을 강조하기에 앞서 주민 건강 우려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진원 한국폐자원에너지기술협의회장은 “현재 서울시 내 4개 소각시설은 오염물질 발생 기준을 잘 지키고 있다”면서도 “대기오염 물질을 잘 제거하고 소각 폐열을 공동체에 제대로 공유하는 등 주민과 상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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