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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내년 예산 총지출 감축 …수해 인프라 막판 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추가경정예산 기준 679조5000억원)보다 줄이기로 했다. 13년 만에 예산을 전년(추경 포함)보다 줄이는 것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당국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년 예산안 윤곽에 대한 보고를 마쳤다. 이번 주 중 쟁점 사업에 대한 관계부처 이견 조율 과정을 거쳐 다음 주에 예산안 편성 작업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이내 ▶국가채무를 GDP의 50%대 중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내년 예산안 편성부터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49.7%로 여유가 있다. 다만 관리재정수지 목표는 올해 연말 전망치가 5.1% 적자다. 적자 규모를 내년에 3% 이내로 끌어내리려면 상당 수준의 지출 감축이 불가피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고랭지 배추 재배지인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에는 다음 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그해 지출보다 증가한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하지만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의 말은 내년 본예산을 올해 본예산 상 총지출(607조7000억원)보다는 많지만,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합친 총지출(679조5000억원)보다는 작게 편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 본예산이 추경을 포함한 전년 총지출보다 줄어드는 건 이명박 정권 때인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 대비 5%대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본예산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 5.9%, 박근혜 정부 4.0%, 문재인 정부 8.7%였다. 이와 관련 추 부총리는 “특히 공공 부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하니 고위직 장ㆍ차관급 이상은 내년 보수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되, 10% 반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산 증가율을 낮추는 이유로는 폭증한 국가채무가 첫손에 꼽힌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여파로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말엔 1068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추 부총리는 “부채의 증가 속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국고채 발행도 조금 줄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변수가 적지 않다. 최근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 피해를 크게 입은 상황이라 수해 예방 관련 지출 규모는 커질 전망이라서다. 여당과 정부는 지난 10일 긴급 협의회를 열고 대규모 빗물 저류시설인 대심도 배수시설을 서울 강남구 등 저지대 곳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수해 예방 인프라 구축 등 과제가 막판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9%에 육박하던 본예산 상 총지출 증가율을 갑자기 5%대로 낮추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해오던 관성이 있어 지출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재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윤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각종 국정과제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도 지출 감축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 정부가 국정과제를 달성하려면 임기 5년간 209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중 내년 소요 분량에 대한 재원을 우선 배정해야 하는 변수가 있다.

한편 추 부총리는 폭염ㆍ집중호우 피해 등으로 물가가 7% 이상(전년 대비) 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천지개벽하듯 대단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5자’(5%대 상승률)를 볼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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