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안든 위장 “관광버스”/불보듯 뻔했던 추락 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술 취해 운전 승객 항의받기도/보상은 커녕 당장 치료비 걱정
내리막길을 과속으로 달려가던 버스는 좁은 다리위에서 순식간에 강물로 곤두박질했다.
백담사 전 전대통령을 만나고 당일치기의 여행에 지쳐 졸고 있던 대구공고 40회 졸업생들은 비명도 지를사이 없이 참변을 당했다.
숨진 사람들 가운데는 다섯쌍의 부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고순간=생존 승객 최경찬씨(40ㆍ회사원ㆍ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쾅」하는 소리가 연달아 세번 난뒤 몸이 거구로 뒤집히며 추락,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와 깨진 창문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충돌순간 졸고있던 승객들은 충격으로 기절해 버렸고 찌그러진 차체틈에 낀 채 순식간에 밀려든 강물에 익사했다.
◇구조=승객 안기식씨(39ㆍ은행원ㆍ서울 논현동 196)는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온 뒤 창문안으로 손을 넣어 잡히는대로 승객 5명을 꺼내 버스지붕으로 올려놓았고 앞에서 세번째 좌석에 머리만 물밖에 나온채 기절해 있는 부인 이순열씨(39)도 머리칼을 잡아당겨 구해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지나가던 차량운전자들과 인근 부대병사,인제군청 직원 등이 달려와 30분만에 차안에 있던 승객들을 꺼냈다.
◇현장=사고버스는 뒷부분 3분의 2 가량이 강물에 거꾸로 쳐박혔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채 내부에는 사망자 16며이 안전벨트도 풀지못한 상태로 처참하게 엉켜있었다.
◇문제점=사고를 낸 고속버스는 신동양관광소속이라고 쓰고 다녔지만 확인결과 운전사 함씨의 개인 차량으로 함씨는 행락철이나 귀성때마다 일반 관광회사의 차량예약이 어려운 점을 이용,불법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운전사 함씨는 전날인 3일에도 오후8시까지 전남 목포를 다녀와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또다시 운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함씨는 백담사에 갈때에도 술이 덜깬 상태에서 무리한 과속과 난폭운전을 일삼았고 참다못한 김영옥(41)씨가 백담사 입구에서 내릴때 『술에 취해 운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하자 『이제는 다 깨서 괜찮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고차량은 보험도 들어있지 않은 상태여서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보상은 커녕 당장 치료비마저 걱정해야할 처지다.
사고가 난 군축교는 군축령에서부터 15분정도 경사가 진 내리막길 끝에 있어 평소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잦아 83년과 84년에도 군 트럭과 민간인 트럭이 각각 강물에 추락,10여명씩의 사상자를 내기도했다.
◇피해자 주변=김경숙씨(36ㆍ여ㆍ서울 북가좌동 303)는 남편 이동수씨(41ㆍ부상)와 함께 백담사에 갔다오던중 속초에 사는 친정식구를 만나기위해 사고 20분전 원통에서 혼자 내려 화를 면했지만 김동자씨(38ㆍ여)의 경우 남편이 해외출장중이어서 남편대신 혼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대구공고 동문인 이종숙씨(41)의 경우는 함께 백담사를 방문하기로 약속돼 있었으나 갑자기 눈병이 나 차를 타지않아 화를 면했다.<인제=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