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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야드 드라이브샷으로 LPGA 정상, 키 153㎝ 작은 거인 후루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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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후루에는 드라이브샷이 짧은 단점을 정확한 세컨드샷으로 극복하며 지난 1일 LPGA 투어 스코티시 오픈 정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후루에는 드라이브샷이 짧은 단점을 정확한 세컨드샷으로 극복하며 지난 1일 LPGA 투어 스코티시 오픈 정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 우승자인 토니 피나우(미국)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309야드였다.

같은 날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트러스트 골프 스코티시 오픈 우승자인 후루에 아야카(일본)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평균 208야드였다. 피나우와 101야드 차이가 났다.

LPGA 투어 선수들의 샷거리가 이렇게 짧지는 않다. LPGA 투어 평균 거리 1위는 276야드다. 후루에는 샷거리가 짧은 편(135위)이지만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6야드다.

박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거리를 재는 홀에 벙커가 있어서 장타자가 아니면 드라이버를 들기 어려웠다"고 했다. 일종의 통계의 오류다. 후루에가 파 4와 파 5 모든 홀에서 거리를 쟀다면 평균 208야드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208야드가 터무니없이 큰 오류가 난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 거리를 재는 홀은 딱 두 홀이지만, 4라운드라 모두 여덟 번을 쟀기 때문에 샘플 수가 아주 작지는 않다.

후루에는 1라운드 평균 180야드, 2라운드에는 193야드, 3라운드 222야드, 최종라운드 237야드를 쳤다. 3, 4라운드로만 평균을 내도 230야드가 안 된다.

장타자들은 후루에가 넘길 수 없는 벙커를 넘기고, 후루에가 다다를 수 없는 내리막에 공을 떨어뜨렸다. 앤 밴 담은 276야드, 찰리 헐은 272야드를 쳤다.

후루에는 거리가 꼴찌에서 2등이었다. 이유가 어쨌든 후루에는 벙커가 있는 몇몇 홀에서 50~60야드 뒤에서 경기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스코티시 오픈 이전 LPGA 투어 5개 대회에서 우승자의 평균 드라이브 샷거리는 260야드였다. LPGA 투어 아시아지사 최민석 홍보팀장은 “역대 우승자의 평균 샷거리를 비교한 통계는 없지만, 이렇게 짧은 샷거리의 우승자가 나온 건 아주 오래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들어서 가장 짧은 기록일 가능성도 있다.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 L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샷이 가장 짧은 선수는 217야드의 베키 애커먼이었다. ‘땅콩’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김미현은 그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40야드를 쳤다.

후루에의 실력은 만만치 않다. 일본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9년 아마추어로 JLPGA 후지츠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일본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서 7승 후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했다. 지난 5월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까지 올랐다가 지은희에게 패했다.

스코티시 오픈에서는 페어웨이 적중률, 그린적중률이 80%가 넘었고, 그린 적중시 퍼트 수는 1.57이었다. 드라이브샷 거리만 빼고는 거의 완벽한 경기를 했다.

208야드로 우승한 건 후루야가 세컨샷에서 롱아이언이나 우드를 정확하게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바닷가에 자연적으로 생긴 골프장인 링크스는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가 우승할 수 있는 열린 코스라는 뜻이기도 하다.

후루에의 키는 153cm다. 발표된 것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안나린과 한 조로 경기했는데 20cm 정도 차이가 나 보였다. 후루에는 LPGA 투어에서 가장 작은 선수일 것이다. 평균 거리 208야드로 우승한 건, 통계 오류가 있더라도 대단한 성취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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