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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가 바늘구멍을 뚫었다… 최고령 신인왕 후보 한화 김인환

중앙일보

입력

22일 대전 KT전에서 홈런을 친 뒤 티모 모자를 쓰고 축하를 받는 한화 김인환. [사진 한화 이글스]

22일 대전 KT전에서 홈런을 친 뒤 티모 모자를 쓰고 축하를 받는 한화 김인환. [사진 한화 이글스]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한 대졸 선수가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그리고 7년 만에 최고령 신인왕 후보로 급등했다. 낙타가 바늘을 뚫는 것보다 어려운 일을 해낸 선수는 한화 이글스 1루수 김인환(28)이다.

정규시즌 3분의 2를 치른 프로야구에선 뜨거운 신인왕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화 김인환,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현준(20), SSG 랜더스 1루수 전의산(21)이 앞섰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에서도 세 선수가 1~3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인환은 "신인왕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기록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찾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인환은 1군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2016년 성균관대 졸업반인 김인환은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큰 체격(키 186㎝, 체중 88㎏)을 눈여겨본 한화와 육성 선수 계약을 맺어 힘겹게 프로선수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김인환의 포지션인 1루와 3루엔 김태균, 송광민이란 확실한 주전선수가 있었다. 2018년 퓨처스(2군)리그 80경기에서 타율 0.335, 16홈런을 기록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2019년까지 1군에선 22경기, 52타석에 선 게 전부였다. 2020년엔 국군체육부대에 지원서를 냈으나 탈락해 현역복무했다. 김인환은 "군생활이 참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김인환은 전역 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때마침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다. 김인환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구상에서 김인환을 제외했다. 그러나 지난 겨울 달라진 스윙을 본 최원호 2군 감독이 대타감으로 추천했고, 실제로 지켜본 수베로 감독도 만족했다.

2016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7년 만에 잠재력을 꽃피우고 있는 한화 내야수 김인환. [사진 한화 이글스]

2016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7년 만에 잠재력을 꽃피우고 있는 한화 내야수 김인환. [사진 한화 이글스]

김인환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그는 5월부터 1군에 합류했고, 대타가 아닌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66경기(1일 기준)에 나가 타율 0.288(240타수 69안타), 13홈런(공동 9위) 37타점을 올렸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당당히 홈런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인환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1군에 오래 있자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해나갔는데, 이젠 여유도 생겼다"고 웃었다.

이제는 상대팀도 김인환을 견제한다. 당겨치는 타구가 많은 김인환에 대비해 수비진을 오른쪽으로 당기는 시프트 수비를 한다. 롯데전에선 2경기 연속 고의볼넷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이겨냈다. 김인환은 "초반보다는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한 타석, 한 타석 스윙할 뿐이다. 시프트 수비를 해도 신경쓰지 않고, 내 스윙을 한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 왼손타자들은 낮은 공에만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김인환은 높은 공도 잘 친다. 거포의 자질이 있다"고 했다. 김인환은 "배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있어서 빠른 공, 높은 공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주로 당겨쳐서 홈런을 때리던 김인환은 지난달 23일 KT 위즈전에선 고영표를 상대로 밀어서 왼쪽 담장까지 넘겼다.

거포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한화 팬들도 김인환의 비상에 열광한다. 지난 5월 29일 KT전에서 자신을 닮은 동물 알파카 인형을 선물받고 홈런을 친 뒤엔 알파카 인형만 8개를 선물받았다. 김인환은 "팀 성적도 좋지 않은데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KBO리그 야수는 입단 5시즌 이내, 60타석 이하일 경우에만 신인왕 자격이 있다. 김인환은 2018년에야 정식 선수로 등록돼, 최고령 신인왕 자격이 있다. 종전 기록은 27세에 신인왕에 오른 신재영(당시 넥센 히어로즈)이다. 한화 선수로는 류현진(2006년)이 마지막으로 수상했다.

김인환은 "입단한 지 꽤 됐으니까 처음엔 신인왕 자격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 그래?'란 생각은 했지만 욕심이 나진 않는다. (신인왕 후보라고 해주는 건)감사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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