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으로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행사에서 핵실험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4일 "국가와 인민의 크나큰 긍지이고 자랑인 위대한 전승의 날을 맞으며 제8차 전국노병대회가 수도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이번 노병대회 개최는 김정은 정권 들어 일곱 번째이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북한은 전승절을 기념해 열리는 노병대회에 전국 각지의 전쟁 노병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극진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왔다.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전승절'(한국의 6·25 전쟁 정전협정 기념일)로 기념하는 27일에 맞춰 대회를 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와 맞물린 이번 노병대회에서 김정은이 핵실험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지난 2020년 노병대회 연설에서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며 핵무장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르면 이달 안에 핵실험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지난 22일 "(북한이) 언제든지 결심만 서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르면 이달 중이라도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국내외에서 제기된 상태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실기동 훈련 재개 등 연합훈련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맞서 '반미 월간'(6월 25일~7월 27일)을 5년 만에 부활시켰다.김정은이 6·25 전쟁에서 미국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는 '전승절'을 기념해 핵실험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사실상 행동만 남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전승절 메시지로 핵실험을 언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최고지도자가 이미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춰 미국과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한·미의 움직임에 상응하는 대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노병대회가 대북제재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과 코로나19에 따른 민심 이반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달 상순 당 중앙위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후 비서국 회의-중앙군사위 확대회의-비서국 확대회의 등 주요 회의를 주재하며 간부들에게 '당적 통제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김정은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민심 동요 차단에 주력하는 분위기"라며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핵실험을 하더라도 민심 관리가 먼저라는 지도층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 8일 특별강습회에 참석한 조직부문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16일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그의 공개행보는 특별강습회 이외엔 김일성 주석의 사망 28주기를 맞은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