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7차 핵실험을 앞두고 미국이 신형 핵물질 탐지 정찰기인 WC-135R ‘콘스탄트 피닉스’ 1대를 처음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WC-135R은 동체 옆에 달린 대기 표본수집 장비를 통해 공기 중에 떠도는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는 특수 정찰기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명 '킁킁이(sniffer)'로 불린다. 그간 북한에서 핵실험 동향이 포착되면 한반도로 출격하곤 했다.
20일(현지시간) 미 군사전문매체인 에어포스타임즈 등에 따르면 WC-135R은 미 네브래스카 오풋 공군기지(링컨 공항)에 지난 11일 도착했다. 현재 미 공군 제55비행단 예하 제45정찰비행대에 배치된 상태다.
미 공군은 구형인 WC-135C/W 2대를 내년 여름까지 WC-135R 3대로 재편할 계획이다. 기존 정찰기들은 각각 1961년과 62년에 제작돼 미 공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격납고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했다.
이미 1대는 지난 2020년 11월 퇴역해 애리조나의 ‘항공기 무덤’으로 보냈다. 나머지 1대도 정비가 늘 이뤄지다 보니 지난해(미 정부의 2021 회계연도)의 경우 ‘임무 수행 가능’ 비율이 48%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초엔 유압계통 이상으로 두 달간 비행을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신형은 다목적 공중급유기인 보잉의 KC-135R 기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에어포스타임즈는 제55비행단 관계자를 인용해 “구형보다 작전 범위가 훨씬 넓고, 핵물질 입자를 포집하는 능력도 더 뛰어나다”고 전했다.
미국의 WC-135R 배치와 관련, 러시아ㆍ북한 등의 핵 위협이 배경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가 존립 위협 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크렘린궁 대변인)”고 위협했다. 지난 4월 20일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험발사로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7형’ 신형 ICBM 등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ㆍ미를 자극한 북한은 7차 핵실험을 강행할 태세다. 상업위성으로 준비 정황이 포착될 만큼 “보란 듯이 실시간 중계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 본토에 배치된 WC-135R은 북한 동태에 따라 한반도 주변으로 날아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다가 핵실험 시 즉각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근까지도 가데나 기지엔 탄도미사일 궤적을 탐지ㆍ추적하는 RC-135S ‘코브라볼’, 전자ㆍ신호정보 수집기인 RC-135W ‘리벳 조인트’ 등 특수정찰기들이 들러 대북 감시에 나섰다.
이와 관련, WC-135R 배치 이튿날인 지난 12일 오풋기지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지정학적으로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어 미국은 계속해서 공중 ISR(정보ㆍ감시ㆍ정찰) 자산을 개량 및 확장하고 효율성을 높이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WC-135R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지속적으로 안심시키기 위한 핵 감시 능력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