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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년 만에 '반미 월간' 부활...중간선거 정조준 '바이든 때리기'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대미 적개심을 고취하는 이른바 ‘반미 월간’을 5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런 식으로 내부 전열을 정비한 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전전과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나온다.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전날 평양에서 열린 6.25 전쟁 72주년 군중집회.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전날 평양에서 열린 6.25 전쟁 72주년 군중집회.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5년 만의 '반미 월간' 부활

북한은 6·25 전쟁 당일인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반미ㆍ반제 분위기를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27일까지 이어갈 전망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6·25 전쟁에서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이룩했다"며 "미국을 언제나 통쾌하게 족쳐대기만 한 영웅 조선의 자랑스러운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북한은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기간을 ‘반제 반미 투쟁 월간’으로 삼아 주민들에게 반미 교양 사업을 강화한다. 지난 2017년을 마지막으로 2018년 미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격적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중단됐다가 올해 들어 재개됐다. 지난달 25일 평양에서는 "철천지 원수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자", "승냥이 미제" 등 반미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군중 집회가 5년만에 다시 열렸다.

매체들의 입도 거칠어졌다. 최근 부각되는 한ㆍ미 안보 태세 강화에 민감한 반응이다. "호전광들의 불장난 소동이 조선반도 정세를 위험계선으로 치닫게 한다"(우리민족끼리, 19일),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전략 실현의 총알받이이자 사냥개"(통일의메아리, 14일), "북침 도화선에 기어이 불을 달려는 것은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의 변함 없는 흉심"(우리민족끼리, 지난 6일) 등이다.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인 미 하와이 일대 해상의 다국적 해상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에 대해선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와 지역에 대한 군사적 압박 도구"(우리민족끼리, 6일)라고 비난했고,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선 "스스로 나토의 '동방 십자군 원정'의 척후병, 총알받이의 역할을 자청"(조선중앙통신, 지난달 29일)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전날 평양에서 열린 6.25 전쟁 72주년 군중집회.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전날 평양에서 열린 6.25 전쟁 72주년 군중집회.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중간선거까지 도발 수위↑" 

전문가들은 현재 홍수와 전염병 등 내부 문제 해결에 골몰하며 '반미 선전'을 이어가는 북한이 본격적인 말 폭탄에 이어 무력 시위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타겟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다.

17일 전직 고위 정보당국자는 중앙일보에 "김정은 정권이 현재 바라는 건 바이든 행정부의 몰락 뿐"이라며 "대화 상대로서 낫다고 판단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바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관련 준비를 모두 마치고 정치적 결단만 남은 것으로 판단되는 7차 핵실험도 다음 달 말부터 시작되는 한ㆍ미 연합훈련과 맞물려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향후 몇 달간 북한의 도발 패턴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정치적인 타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의 중간선거 전 정치적 메시지를 고려한 무력 도발을 감행한다면 기존 단거리 미사일을 보다 실전화, 양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실질적 위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경우, 바지선 등 구조물에서 수중 발사가 아닌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 시험을 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사진. 지난달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뉴시스.

지난 3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사진. 지난달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뉴시스.

 북한은 최근 한국에서 재점화한 서해 공무원 피살과 탈북 어민 강제 송환 재조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신북풍 몰이"라고 연일 비난하고 있다. "유가족을 내세워 문재인과 그 측근들에 대한 고발 놀음"(메아리, 13일), "윤석열 패들이 지난 시기 북남 사이에서 발생했던 예민한 사건들을 들춰내면서 신북풍 몰이에 광분"(통일신보, 9일), "신북풍 몰이에 광분하는 것은 문재인 죽이기의 일환"(려명, 4일) 등이다.

다만 아직까진 선전매체를 동원한 비난전 수준으로 당국과 관영 매체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조만간 눈에 띄는 도발을 재개해 '공무원 피격', '강제 북송' 관련 논란에 쏠린 시선을 흩트리는 일종의 '도발 물타기'를 시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재개된다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관련 논란에서 시선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꺼내든 코로나19의 '한국 발 대북전단 유입 설(說)'과 관련해선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공화국 경내에 확산한 악성 전염병이 '탈북자' 쓰레기들의 삐라 살포 망동과 무관하지 않다"며 "윤석열 역적 패당은 반공화국 삐라 살포 망동이 계속된다면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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