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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화청장 보아라"…'경찰사랑'에 글 올린 경찰 불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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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복 이미지. 연합뉴스

경찰복 이미지. 연합뉴스

지휘부 비난 글을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올린 경찰관들이 조직 내 감찰 대상이 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청장 박지영, 이하 경기남부청) 감찰조사계는 최근 인터넷 카페 ‘경찰 사랑’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쓴 경찰관들에 대해 지난 14일 감찰에 착수했다. “경기남부 환경미화청장 보아라” 등 경기남부청과 그 지휘부를 공개 저격한 글을 올린 이들이 대상이다. 최근 경기남부청이 추진하는 어린이 보호구역 보행환경 개선 추진 계획 등에 대해 “현장 경찰에게 길거리 쓰레기를 주우라는 것이냐”는 등의 항의가 담긴 글들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뉴시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뉴시스

그러나 경기남부청 감찰파트는 지난 6일과 9일 각각 ‘경찰 사랑’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 악의적 왜곡으로 보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에게 쓰레기 청소를 지시한 내용은 계획서 어디에도 없었다”며 “계획서 2장 가운데 앞장은 빼고 뒷장만 올리는 등 내용이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경찰 공무원징계령의 ^내부 질서 문란 ^내부 결속 저해 항목에 해당하고 상·하급자와 동료를 비난·악평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경찰공무원 복무규정도 어겼다는 게 경기남부청 감찰조사계의 설명이다.

현직 카페 감찰에 블라인드 망명 는다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그런데 경기남부청의 감찰 착수 사실이 블라인드 등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내가 쓴 글도 특정 당해 감찰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찰 사랑’은 소속·이름 등을 제공하고 현직 인증을 거쳐 활동하는 카페라고 한다. 일선 한 경찰관(40대)은 “‘경찰 사랑’ 글이 감찰 대상으로 알려지면서 블라인드에 ‘노(老) 주임(늙은 경찰)’이 갑자기 많아졌다는 말을 우리끼리 한다”고 전했다. “지휘부를 비판했다가 자칫 감찰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블라인드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게 이 경찰관의 설명이다.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소속 아이디를 달고 “블라인드만이 살길” “‘경찰 사랑’ 탈퇴하러 간다” 등과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블라인드 게시판에선 감찰 자체가 도마에 올라있다.“군사정권 시절 같다” “업무개선을 위해 저런 건의도 할 수 있는데 감찰한다고 하니 어이없다” “사실이면 공론화하자” 등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초급 경찰 간부(경위)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욕하면 민정수석실에서 감찰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인지 명예 실추를 이유로 감찰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청문·감사 관련 업무를 하는 한 경찰 관계자(경정)는 “품위손상 등 업무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는 공무원일지라도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청 측은 규정에 따른 정당한 감찰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사랑’에 글을 올린 이는 감찰 착수 다음 날인 지난 15일 이미 특정돼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익명이 전제된 블라인드 글 작성자의 신원은 아직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 발전을 위해 사실에 근거한 건전한 문제 제기와 비판은 오히려 장려될 사안”이라면서도 “이번 글은 욕설과 허위 사실로 도를 넘어 선 모욕에 가까워 복무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비방 목적의 글이라 허위사실 확산 방지 차원에서 글쓴이를 조사한 것으로 안다”며 “왜곡성 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반발 기류는 이미 소강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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