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라크/주변국 「편만들기」 선심경쟁(세계의 사회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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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리아등 정부예산 지원 사우디/튀니지에 책무면제 약속 이라크
쿠웨이트 사태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군사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아랍권의 헤게모니 쟁탈을 놓고 주변국가들에 선심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쿠웨이트 사태 발발전인 지난 2월 모든 각료와 유수한 신문 칼럼니스트들에게 독일제 벤츠,일본제 도요타ㆍ코롤라 등 승용차 55대를 선물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또 지난해에도 이집트의 외교관과 언론계 인사들에게 40대의 벤츠를 포함,많은 승용차를 선물했다.
최근에는 파산지경에 이른 수단 군사정권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했으며 모리타니에도 TV방송국을 세워주는 등 비슷한 지원을 한 것으로 서방의 정보소식통들이 확인했다.
이같은 「머니게임」은 쿠웨이트 사태와중에도 계속되고 있다.
쿠웨이트 사태 발발 48시간전 후세인 대통령은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집트 농민을 위해 2천5백만달러어치의 밀을 구입하겠으며 한달내에 같은 양을 더 구입하겠다는 제의를 했었다.
이미 쿠웨이트를 침공하기로 결심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이집트가 이 사태에 대해 조용히 있어 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 제의를 거절하는 반이라크동맹의 선두에 나섬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훨씬 더 많은 지원을 얻어냈다.
사우디는 이집트가 파병을 해준 대가로 8월에 1억달러의 경제원조를 해주었고 이번달에 다시 5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심공세에 더 적극적인 쪽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이 재정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시리아ㆍ요르단ㆍ레바논의 정부예산 일부까지도 지원을 해왔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을 일종의 「보험정책」이라고 부르고 있다.
즉 주변의 가상적들을 돈으로 무마하여 친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우디가와 혈연관계가 있는 요르단과 예멘에 있는 베두인족의 족장들에게는 사우디가 정기적인 월급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돈의 약효가 듣는 곳도 이 지역이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수단과 모리타니는 요르단ㆍ예멘과 함께 이라크편에 남아 있다.
반이라크동맹의 대세속에서도 이들은 이라크의 침공을 비난하거나 쿠웨이트 철군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튀니지 역시 비슷한 경우다.
쿠웨이트의 관리들은 쿠웨이트가 친서방 아랍국가에 수백만달러씩을 빌려주었으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합병하면서 튀니지가 쿠웨이트에 진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쿠웨이트 관리들은 튀니지가 반이라크 진영에 서지 않는 이유가 이같은 약속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러한 선심정책을 주로 펴 왔는데 이란­이라크전쟁이 끝나면서 여유가 생긴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이 이 지역의 패권을 노리며 2년전부터 선심경쟁에 가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래가 서방의 눈에는 이상한 것으로 비춰질지 몰라도 아랍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아랍세계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정치적 동맹을 맺거나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선물들을 서로 주고 받았기 때문에 이미 하나의 정치문화로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이 쿠웨이트사태를 접근하는데도 이같이 아랍권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앞서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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