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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천연가스를 어찌할꼬…'녹색 분류' 놓고 EU 의회 표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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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할지 결정하는 유럽연합(EU)의 최종 논의가 6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유럽의회는 이날 정오(한국시간 오후 7시) 705명 의원의 표결을 통해 이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의견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연합(EU)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는 기후환경 활동가들의 모습.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연합(EU)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는 기후환경 활동가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부에 모인 EU 의원들은 표결 전날부터 치열하게 토론하는 등 이번 결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을 당시만 해도 일부 국가의 반발을 제외하곤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EU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 분야를 분류해 정리하는 체계로, 정부나 기업 등이 환경 목표에 맞는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EU 집행위는 더 더러운 연료인 석탄의 사용을 줄이고, 당장 오는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감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생한 에너지 위기가 이런 분위기를 바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택소노미에 천연가스가 포함되면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모습. [AFP=뉴스1]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모습. [AFP=뉴스1]

네덜란드 출신의 폴 탕 EU 의원은 “(택소노미는) 미래를 위한 지침이고 무엇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라며 “(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만 높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환경변호사인 스비트라나 로만코도 “천연가스의 (EU 택소노미) 포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는 합동 회의에서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해선 안 된다는 결의안을 찬성 76표, 반대 62표, 기권 4표로 채택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의원인 페르닐 바이스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EU는 석탄과 석유에 묶이게 된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EU 관계자들은 박빙의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과반수(705명 중 353명) 의원들이 EU 집행위의 제안에 찬성하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는 내년부터 택소노미에 포함된다. 반대가 많을 경우 EU 집행위는 제안을 취소하거나 수정해서 다시 내야한다. 다만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투자를 금지하는 강제성은 없어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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