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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 잡기 vs 전임자 색깔 지우기…대전시 고위직 무더기 대기발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선 8기 출범 나흘 만에 대전시에 인사 태풍이 불었다. 3급 이상 고위직 3명을 포함해 10명이 무더기로 대기발령을 받아서다. 공직 내부에서는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제13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시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3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시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는 지난 4일 양승찬 시민안전실장(2급·이사관)과 박민범 정책기획관, 지용환 자치분권국장(이상 3급·부이사관) 등 고위직 3명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장우(국민의힘) 대전시장의 사실상 첫인사다. 1995년 민선 출범 이후 대전시에서 특정 고위직을 대기발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임 시장 측근·인사담당 전격 교체

고위직 3명 가운데 박민범 정책기획관은 허태정 전 대전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비서실장과·대변인(4급)을 거쳐 지난해 7월 3급으로 승진했다. 지난 1월 부임한 양승찬 시민안전실장은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외에도 이른바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인사혁신담당관과 자치분권과장, 운영지원과장 등 4급(서기관) 4명과 5급(사무관) 3명도 대기발령됐다. 인사혁신담당관은 공무원들의 승진·보직을 담당하고 자치분권과장은 의회와 자치구·중앙부처·시민단체를 담당하는 책임자다. 운영지원과장 역시 대전시장 행사 참석과 의전 등을 맡은 핵심 보직이다.

대전시는 지난 4일 2~3급 고위공직자 3명 등 사무관급(5급) 이상 10명을 대기발령시켰다. 사진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대전시청 전경. 신진호 기자

대전시는 지난 4일 2~3급 고위공직자 3명 등 사무관급(5급) 이상 10명을 대기발령시켰다. 사진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대전시청 전경. 신진호 기자

대전시는 이들 10명을 대기 발령하면서 2~3급 고위직 3자리는 비워두고 나머지 4~5급 7명의 빈자리를 다른 직원으로 채웠다.

이장우 시장 "능력 우선 발탁" 

주요 보직에 대한 이른바 ‘핀셋 인사’가 이뤄지자 대전시청 내부에서는 “이장우 시장이 조직을 장악하고 기강을 잡기 위해 조처를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전임자(허태정 전 대전시장)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인사담당 직원이 새로 꾸려지면서 후속 인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직사회의 핵심은 탕평인사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특혜나 줄 세우기는 없을 것”이라며 “성과를 내는 공무원,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 행정에 나서는 직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3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시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3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시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태흠(국민의힘) 충남지사도 지난 4일 열린 첫 실·국·원장 회의에서 “방만하게 운영한 공공기관은 구조조정이나 개혁이 필요하다”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전문기관(회계법인)에 의뢰해 경영평가와 감사를 진행할 것도 주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공공기관 평가·감사 주문

김 지사는 당선인 시절 “민선 7기 도정에 참여했던 사람은 도지사가 떠날 때 같이 물러나는 게 상식”이라며 기관장들이 사퇴를 압박했다. 충남에는 전임 양승조 지사가 임명한 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 등 산하기관장 24명이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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