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밟는 어머니 조국…한국 무용에 큰 관심"|길림성 가무단 1급 안무가 진향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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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머니(김순덕·67)의 고향 제주도(성산면 성산리 토진목)에 가면 혹시 어머니가 자나깨나 그리워하시는 일가 친척들을 만나 뵐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기에 찾아왔습니다. 놀랍게 발전했다는 한국의 발전상이며 전통무용계도 직접 보고 싶었고요.』
중국 길림성 가무단의 l급 편도(안무·연출가) 진향란씨(43).
지난달 25일 중국 위해에서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 17시간만인 26일 인천항에 도착한 그녀는『그저 가슴이 벅차도록 기쁠 뿐』이라며 여러 가지 얽힌 사정으로 현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접 고향에 갈 수 없는 어머니 대신 친지들을 만날 수 있다면 더 없는 효도를 하게되는 셈이라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국인 아버지 진능어씨(76)와의 사이에 l남5녀 중 장녀로 함경북도 정진에서 태어나 평양예술대학(평양음악무용대학의 전신)에서 월북 무용가 최승희씨 및 그의 딸 안성희씨의 지도를 받았다는 그녀는 지난 64년 평양무용경연 기념공연으로 최승희씨와 장구춤을 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고. 67년 중국 장춘으로 가서 길림성 가무단의 무용배우가 됐으며 다시 북경무용대학 안무·연출과에 입학, 조선무용·중국고전무용·민족무용·발레 등을 배웠다. 84년 졸업 후 길림성 가무단의 최고 교수급인 1급 안무·연출가로 승진했다. 지난 73년이래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의 양장도·자강도·함경북도 등지에서 공연하고 북한의 가무단들도 길림성에 와서 공연하는 등 북한 무용계와 계속 교류하고 있으나「모두들 단단히 입조심하기 때문에」그의 스승인 최승희씨가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번 북경 아시안게임 축전 때 공연한 1시간40분 짜리 무용극『인삼녀』를 비롯, 만족무용『팔기녀자』, 84년 전국무용경연 2위 입상작『명절의 금바라』등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진씨는『예술은 어디까지나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디스코풍의 작품「만발한 무대」「나는 너와 헤어져 살수 없다」등의 통속적 작품도 안무하지요』라며 웃었다.
북경 아시안 게임 때 서울시립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중국의 조선무용과 크게 다르다고 느꼈다는 그녀는『3개월 휴가를 받고 온 이번 기회에 한국전통무용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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