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다·미사일로「숨바꼭질」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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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페르시아만에서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자전쟁이 진행중이다.
숨바꼭질 같은 전자전쟁은 실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초전의 승패를 갈라놓기 때문에 양국이 예민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전자 전쟁은 레이다와 미사일등으로 상대를 추적, 공격하고 이에 대해 속임수와 역공격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이 단연코 장비와 기술에서 이라크를 앞서 전자전쟁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역시 이미 프랑스·독일·영국·소련 등에서 구입한 첨단 대공 체제를 갖추고 있어 미국이 섣불리 이라크를 공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라크는 대이란 전쟁 당시이란의 미제 전투기 12대를 격추했던 프랑스·독일제 레이다·적외선 추적 롤랑 미사일 및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기를 수없이 격추한 소련제 SA·2미사일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라크는 또 쿠웨이트 침공시 노획한 미제 최첨단 호크대공미사일 1백44기를 확보, 미군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페르시아만 파견 미군은 이 같은 이라크 대공체제의 효율성이나 배치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쿠웨이트 영공으로 전투기의 정찰 비행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라크도 이에 대응, 주요 위치의 레이다 가동을 중단하거나 아예 침묵, 미군 정찰 의도를 무색케 하고 있다.
미군과 이라크군의 이 같은 탐지와 침묵은 레이다 안테나에서 발사된 전파가 상대방 레이다 전파 추적 장치에 잡혀 위력이나 위치가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라크의 레이다 체제에 대응, AGM88로 불리는 함(HARM·고속 대레이다 추적미사일)을 준비하고 있다.
개당 가격 25만달러의 속도 마하2인 함 미사일은 아군 공격기를 보호하는 것이 주임무로 적 레이다의 전파를 포착, 지상 안테나를 추적·파괴하는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 병기다.
그러나 함 미사일도 결점이 있어 완벽한 보호병기가 되지 못한다.
소련제 레이다 안테나는 함 미사일 등 적 항공기 발사 전파추적 미사일이 다가오면 자동적으로 전파 발사를 중단, 피하도록 돼있다.
또 함 미사일은 한번에 1개 안테나만 파괴할 수 있는데 반해 SA·2미사일 기지의 안테나는 4개의 다른 지역에 각각 따로 설치돼 1개가 파괴되더라도 다른 3개가 작동, 계속 적 항공기의 위치를 포착할 수 있다.
심지어 안테나를 20여 곳에 따로 배치, 함 미사일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미군은 노스롭사가 개발한 태시트 레인보(침묵의 무지개) 미사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이 침묵의 무지개 미사일은 마하 2속도의 함 미사일과 달리 반경 5백70여㎞의 지역을 천천히 비행, 전파 발사를 중단한 지상 레이다 안테나가 다시 전파를 발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목표물을 타격한다.
이 미사일을 두려워한 레이다 안테나가 계속 전파 발사를 중단할 경우 모 항공기는 쉽게 위험 지역을 벗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레이다 추적 대피방법은 영국이 2차대전시 독일 레이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채프(알루미늄 파편)로 이 금속 조각들은 레이다 전파의 반사를 분산시켜 항공기의 종류나 위치를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은 지상 레이다를 눈멀게 하기 위한 전파방해 방법이다.
전파 방해 방법은「폭력」(브루트포스)과「문 훔치기」(게이트스틸링)의 두가지가 있다.
「폭력」은 핵폭발시 광범한 지역의 통신·전파 활동이 일시 중단되는 것에 착안, 공격시 공중에서 대규모 폭발을 시도해 적 레이다를 무력화하는 것이다.「문 훔치기」는 상대 지상레이다 안테나가 발사하는 전파와 유사한 전파를 역으로 발사, 지상 레이다가 적 항공기인지 아군기 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파방해 방법은 공격기가 발사한 미사일이 거꾸로 자기에게 되돌아와 자폭하는 위험을 안고 있어 역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결점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최근 개발한 것은 F117A스텔스 항공기다.
적 레이다에 잡히지 않도록 설계된 스텔스는 적 레이다 전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자체에서 아군 기지와의 통신은 물론 어떤 종류의 전파도 발사하지 않게 돼 있어 지상 레이다가 추적할 수 없도록 돼있다.
미국은 현재 페르시아만에 이 같은 스텔스 공격기를 30여대 가까이 배치해 놓고 있어 이라크에 큰 위협이 되고있다.<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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