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사우디 가는 바이든, 유가는 일차적…중국 견제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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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큰 그림'이 있다고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국제 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통상 여겨지지만 실은 사우디와 미국이 손을 잡고 국제 공급망 사슬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다음 달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기간시설, 청정에너지, 우주기술, 경제투자, 사이버 등을 둘러싼 광범위한 제휴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지만, 중동 전역에 여러 부문에 걸친 생산 기지를 만들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중동과 전세계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 사우디 모두 (밝은) 미래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또다른 미국 관리는 말했다고 한다.

미국과 사우디는 80여년 전 석유 개발 당시처럼 미국의 기술력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를 바탕으로 '포스트 석유 시대'를 그리고 있다. 사우디에겐 석유 시대가 끝난 뒤에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알 사우드 사우디 대사는 폴리티코에 "우리는 이번 세기의 남은 기간 두 국가 간의 파트너십을 재건하는 로드맵을 원했다"며 "지난 80년간 우리가 함께 한 일을 보면, 다음 80년에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 결정은 겉으로 보이는 만큼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로 그는 대통령 취임 몇 주 전, 브레트 맥거크 바이든 대통령 중동 지역 담당 고문을 사우디로 파견했다고 한다. 후보 시절,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를 비난하고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 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내심은 달랐단 얘기다. 미국과 사우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와 러시아 블라드리미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와 러시아 블라드리미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당시 맥거크 고문은 빈 살만 왕세자에게 "바이든은 향후 사우디와 80년 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왕세자도 자신은 카슈끄지 살해를 명령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며, "다만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취임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사우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더 거세졌다. 그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물밑에서 접촉해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과의 관계 재건을 원해왔고,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이행하며 사우디 경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전달해왔다. 예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카타르에 대한 경제봉쇄를 해제했고,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고 이란과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사우디는 올해 초 중동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 훈련에 이스라엘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 사우디와 러시아·중국의 밀착 움직임 등이 분위기를 바꿨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개해야 한다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우디와의 불화를 끝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지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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