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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만에 만난 설리번·양제츠…바이든·시진핑 회담 논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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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왼쪽)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캡처]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왼쪽)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캡처]

미국과 중국 정상의 최고위급 외교 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만나 양국 관계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양제츠(楊潔篪)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 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과 만나 미·중 관계 및 북핵과 우크라이나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며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동시에 발표했다. 설리번-양제츠의 대면 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 3월 이탈리아 로마 이후 석달 만이다(표).

미·중은 회담 후 각자 발표문에서 “소통 채널은 필요하며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싸워도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투이불파(鬪而不破)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회담은 지난 10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첫 국방회담을 가진 지 사흘 만에 열렸다. 사실상 2+2회담의 형식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미 두 차례 양국 정상 간 화상 만남에 앞서 설리번·양제츠 대면 회담이 열린 바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미·중 정상 간 첫 화상 정상회담 한 달여 전인 10월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둘이 만났고, 지난 3월 19일 바이든·시진핑 화상 통화 닷새 전에도 로마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

양 위원은 이날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영 3원칙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이) 경쟁으로 미·중 관계를 정의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지난달 2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도 거론했다. 양 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네 가지 아니오와 한 가지 의도 없음(四不一無意)’을 실제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중국과 충돌하지 않고, 신냉전을 추진하지 않으며, 중국이 대국으로 역할 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고, 중국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중국 인민의 이익을 제고하는 것을 막지 않겠으며, 미국이 중국의 정치 제도를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는 미국이 제시한 대중국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중국의 회담 발표문은 전반적으로 온건한 기조였다. 다만 대만 문제에서는 날카롭게 공격했다. 양 위원은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는 정치적 기초”라며 “잘 처리하지 못하면 전복성(顚覆性, 위아래가 뒤집히는)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북핵과 우크라이나 등 국제와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각계에서 관측해온 북한의 7차 핵실험 관련 논의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학)는 “러시아 제재가 촉발한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이 미국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고, 지난 2월 푸틴과 베이징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침공과 ‘제로 코로나’로 인한 상하이 봉쇄가 최악의 경제 침체를 불러 중국의 하반기 20차 당 대회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며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 바이든·시진핑 두 정상이 싸우면서도 판을 깨지 않을 균형점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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