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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기시다, 마드리드서 한·일관계 개선 길 뚫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해외 순방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준비는 하고 있다. 확정됐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달 초엔 의전팀과 경호처를 중심으로 사전 답사도 다녀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위안부 문제가 의제가 될 것 같은데 해법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문제에 대해선 미래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한·일 간 문제가 원만하게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캐나다 외 유럽 28개국으로 구성된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비회원국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4개국은 모두 나토의 중심국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의의와 관련해 “초국적 위협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의 민주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개념을 추인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 등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하면 지난달 10일 취임 후 50여 일 만에 첫 해외 순방길에 오르게 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일인 지난달 20~2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정상회담을 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별 국가들과의 양자 회담도 열릴 전망이어서 한·미 정상이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중인데,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굳혔으며,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대일 관계 개선에 탄력을 붙이려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서 이야기하는 형식이 아니라 정식 회담으로 정상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교도통신도 지난 4일 기시다 총리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검토 사실을 전하며 한국 측이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일본 측에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일 정상이 회담한 것은 2019년 12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2년 반 만에 양국 정상이 마주 앉게 된다.

한·일 외교 채널도 가동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이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달 중·하순께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간의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정해질 경우 사전 의제 조율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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