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저축은행도 내부 직원에 털렸다…6년간 빼돌린 돈만 94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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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저축은행 전경. 연합뉴스

KB저축은행 전경. 연합뉴스

KB저축은행에서 6년간 1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빼돌린 기업금융 담당 직원이 구속됐다. 대출을 받은 기업이 추가로 돈을 빌리는 것처럼 내부 문서를 위조해 돈을 개인의 계좌로 입금한 혐의다.

8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KB저축은행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팀장급 직원 A씨를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혐의로 구속했다.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년동안 총 94억원을 빼돌린 혐의다. KB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내부 감사를 통해 이를 인지한 뒤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빼돌린 자금은 KB저축은행이 운용하는 부동산 개발금융(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이다. PF금융은 금융기관이 부동산 개발을 하려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뒤,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원리금과 이자를 갚는 방식의 대출이다. KB저축은행 측은 A씨가 기업대출을 담당했던 팀장급 직원이었던 탓에 문서 위조 등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부동산 개발을 위해 PF 자금을 대출받았던 기업들이 추가 대출을 원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대출 자금을 받은 뒤 이를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대출 신청을 하지 않은 기업들의 ‘대출서류 신청서’와 내부 부서에 대출자금 송금을 신청하는 ‘내부송금요청서’ 등을 위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A씨가 해당 자금을 모두 본인의 계좌로 입금했는지, 가족 등의 계좌로 송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KB저축은행 측이 파악한 피해액은 77억8000만원이었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금액이 94억원으로 불어났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 감사 당시에 A씨가 횡령자금 일부를 상환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조사 결과보다 예상 피해 금액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KB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업무상 횡령 사고를 통한 예상 손실금액을 30억원으로 공시했다. KB저축은행 측은 “금융기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횡령금액 전체가 아닌 자기부담금 30억원이 손실처리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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