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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무부 ‘인사검증 조직’ 신설 왜 이리 서두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두 사림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목례를 하면서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두 사림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목례를 하면서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입법예고부터 국무회의까지 불과 일주일  

한동훈 장관에게 권한 쏠림 견제장치 필요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을 조직으로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작업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쏠리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다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조직 신설을 추진해 절차도 졸속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공직 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및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관련 일부 개정령안’을 상정한다. 지난 24∼25일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을 수렴했으나 특기할 사항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단 이틀로 단축함에 따라 국민의 입법 참여 기회를 제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26일에는 법제처 심사를, 27일엔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다음 달 7일께 조직이 출범한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개정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무리한 내용이 적지 않다. 국장급 단장을 포함해 20명으로 구성되는 인사정보관리단에는 검찰뿐 아니라 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 등 수사와 정보 관련 부처 직원들이 망라돼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춘 검찰을 통제하는 법무부가 타 기관 인사에 대한 검증은 물론 정보 수집 권한까지 갖게 되면 ‘왕부처’ ‘왕장관’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로 알려진 한 장관이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권한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도 국가를 위해서나 한 장관 개인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법무부는 한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의 중간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무실도 감사원 별관에 두겠다고 해명했다. 비판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조치지만 충분하지 않다. 법무부는 1차 검증 실무만 담당한다지만, 공직자 인사 추천(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최종 검증(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담당자 모두 검찰 출신이어서 유달리 모든 과정에 검찰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커 보인다.

이런 우려에 대해 어제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하기 전 기자들을 만난 한 장관은 “과거 정치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가 ‘늘공’(직업 공무원)의 감시를 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초대 단장은 인사와 검증 업무에 전념해 온 직업공무원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보 독점과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 장치가 턱없이 미흡하다.

민주당은 정부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을 밀어붙일 경우 한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국장급 조직 신설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할 경우 협치 분위기는 아예 물 건너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