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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구 분양 8곳 전부 미달…수도권도 미분양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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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잘나가던 아파트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증가하고, 수도권에서는 미계약 단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진은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잘나가던 아파트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증가하고, 수도권에서는 미계약 단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진은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대구의 아파트 분양 시장이 심상치 않다. 올해 분양한 8건 모두 미달을 기록한 데다 미분양 주택 수는 1년 전보다 43배 늘었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쌓인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8곳이 모두 정식 청약에서 미달됐다.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9~10일 진행한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는 607가구 모집에 266가구가 미달했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가 시공하는 브랜드 아파트이고 인기지역인 수성구에 들어서기 때문에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청약 결과는 미달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대구의 미분양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6572가구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기간 153건과 비교하면 43배 늘어났다. 월별기준으로 2011년 말(8672가구)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분양을 마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도 지난 3월 기준 195가구나 됐다.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특화설계 적용, 중도금 대출 무이자, 발코니 무상 시공 등의 혜택을 내걸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구 미분양의 경우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가 맞물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812가구로 적정 수요인 1만1892가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67.3% 증가한 3만3145가구이며 2023년에는 2만804가구다. 대구시가 최근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발히 추진한 결과다.

기존 아파트값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일 조사(0.00%) 이후 28주 연속 하락했다. 실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범어SK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14억5000만원(14층)에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1월 13억3000만원(18층)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11억5000만원(4층)으로 가격이 더 내렸다.

대구시는 2020년 12월 지정한 조정지역 대상(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침체한 대구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새 정부에도 전달했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6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 지역 조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청약 불패’ 시장으로 여겨진 서울 및 수도권 시장에서도 미분양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의 미계약은 139가구에 대해 다음달 2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에서 328가구(특별공급 물량 제외)를 모집했는데 청약 당첨자의 58%만 계약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과거 미분양이 심했던 시기에도 정부에서 양도소득세 완화 등 당근책을 내놓았다”며 “현재 대구의 경우 이미 규제 지역 해제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어 이를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미분양이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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