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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긴축에 '값싼 돈' 시대 끝..."스타트업 고사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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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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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올해 초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다. 속도로는 20년 만에 가장 빠르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잠그기 시작하면서, 돈줄이 가장 먼저 말라가는 곳은 스타트업이다. 벤처투자업계는 스타트업에 "고사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세계 중앙은행 석달간 60회 기준금리 인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개월간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횟수가 최소 60회에 달한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긴축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다. Fed는 기준금리를 지난 3월에 0.25%포인트, 지난 4일 0.5% 포인트 인상했다. 두 차례의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연 0.75~1.0%로 올라갔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최근 4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1.0%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지난달과 지난 26일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는 1.75%가 됐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왔다. 정상화 과정을 밟아가는 듯했던 각국의 기준금리가 제로 금리로 다시 돌아간 건 코로나19의 여파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열병을 앓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공급망 병목현상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풀린 영향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FT는 “현재 금리는 여전히 낮고, 최근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적인 긴축 사이클의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주요 20개국 중앙은행 중 16곳이 6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1%포인트 이상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오는 7월의 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했다. ECB의 금리 인상은 11년 만이다. 오는 9월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8년간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Fed의 추가 인상도 예정된 수순이다. 지난 25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앞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몇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돈 가뭄에 벤처투자 금액 1/3로 줄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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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닥친 돈 가뭄에 벤처투자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자본이 가장 먼저 돈을 거두기 시작하면서다. 29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는 1424억 달러(약 178조 원)로 전 분기보다 20.7% 줄었다.

2분기 들어 감소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 15일까지 집계한 2분기 투자금액은 약 577억 달러(약 72조 원)에 그쳤다. 전 분기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애플과 에어비앤비에 초기 투자를 했던 세콰이어 캐피털은 창업자 250명에게 52쪽에 달하는 ‘인내에 적응하라’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내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현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줄여나가라”고 썼다. 유동성 고갈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투자 회사인 벤치마크 캐피털의 빌 걸리 총괄파트너는 “자본 조달 비용이 크게 달라졌다”며 “만약 당신이 처해있는 상황이 예전과 같다고 여긴다면 곧 절벽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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