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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보건소 HIV 검사 촉진, 숨은 감염인 찾아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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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문의 칼럼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25개월 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다. 오미크론으로 인한 대규모 유행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높은 예방접종률과 적극적인 방역 대응으로 낮은 치명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과제 중 하나는 코로나19 이외 감염병 관리체계의 정상화로 HIV 감염 조기진단체계 복구가 시급하다. 국내 공중보건 대응 역량이 코로나19 방역에 집중되면서 HIV 조기진단체계는 지난 2년간 위축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신규 HIV 감염인이 감소했고, 이 중 보건소 검사로 HIV 진단받은 경우가 전년도보다 201건(54.8%) 줄었다. 같은 해 보건소의 HIV 검사 수가 전년 대비 59.4% 감소한 것을 고려해 보면 신규 HIV 감염인 수의 감소는 보건소의 진단검사 시행 건수가 줄어들면서 HIV 조기진단체계가 악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과 북미 지역은 신규 HIV 감염 진단이 감소했다. 유럽 보건당국은 코로나19에 공중보건 대응 역량이 집중되면서 HIV 검사 수가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HIV는 다른 질환처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조기진단을 통해 적시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HIV로 인한 면역 기능 저하 및 치명적인 기회감염·기회암, 심근경색 등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백신 개발이나 완치가 요원한 HIV 감염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기진단 및 조기 치료를 통한 신규 HIV 감염 발생억제 효과는 공중보건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HIV 조기진단체계를 복구하기 위한 첫 단추는 보건소의 HIV 검사체계 정상화다. 보건소에서는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병원과 달리 익명으로 검사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HIV 검사 업무를 재개하는 보건소가 늘고 있다.

한편 국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확진자에 대한 낙인현상이 문제된 바 있다. 이런 낙인은 결국 검사를 꺼리게 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했다. 직접 비교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주로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HIV 전파 위험은 코로나19의 전파력과 비교해 매우 미미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처럼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HIV에 대한 편견과 낙인도 떨쳐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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