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문화제 부도대상 뽑힌 강예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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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격에 앞서 가시밭 같던 지난날이 생각나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전북 정주 시민들이 현존 최고의 백제가요 『정읍사』의 얼을 이어받고 시 승격 10년을 기념하는 축제 행사로 연 제1회 정읍사 문화제 (10월18∼20일)에서 영예의 부도대상으로 뽑힌 강예순씨 (62·정주시 수성동 689).
그녀는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염려해 『정읍사』를 지어 부른 전래 아낙네처럼 가난을 딛고 법원 조수로 일하던 국졸의 남편 김종삼씨 (63·정주 종삼 법원장)서 훌륭한 외과의사로 성업시켰다. 또 장남 김성씨는 한강성심병원 외과 과장으로, 자녀 3명은 해외에 유학 보내는 등 자녀 7명 모두를 훌륭히 키워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녀의 행적은 가정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75년부터 고아 2명을 입양해 어제까지 키우고 있는가 하면 무의탁 노인 13명을 모셔와 사설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15년 이상 청소년 선도 어머니회를 이끌어 오고 전북 적십자 자문 위원장 등 봉사 활동도 계속해 오고 있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잠시 국민학교 양호 교사로 근무하다 수녀가 되려던 참이었어요. 학생들의 건강 진단 관계로 당시 삼남병원 조수로 있던 남편을 알게됐지요.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향학열 불타는 그분에게 무엇인가 보탬이 되겠냐고 결심, 결혼했지요.』
그녀는 57년 당시 국졸이던 남편의 학력을 위조, 가톨릭 의대 본과에 입학시키는데 성공했고 우여곡절 끝에 박정희 대통령의 사면이 있기까지 일곱 차례의 전상시비를 혼자 감당했다고 술회하며 하느님께 감사해한다.
『은혜를 받은 만큼 베푸는 여생을 살겠습니다』 글·사진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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