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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날 코스피 2600 붕괴..."한국 경제 앞으로 더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5% 하락한 2596.56에 거래를 마쳤다. 17개월만에 2600선이 무너졌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5% 하락한 2596.56에 거래를 마쳤다. 17개월만에 2600선이 무너졌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취임식 효과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날인 10일 한국 증시는 2600선을 내줬다.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 앞에 놓인 한국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 속 'S(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경기 침체)의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코스피 2600선 내줬지만, 개인 매수세 낙폭 줄여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5% 내린 2596.56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11월 30일(2591.34포인트) 이후 17개월 여 만에 가장 낮다. 이날 지수는 장 초반 2% 넘게 밀리면서 한때 2553.01까지 주저앉았다.

그나마 증시를 끌어올린 건 개인 투자자다. 장 초반 주식을 팔던 개인은 오전 중 순매수로 전환해 2857억원을 사들이며 장을 떠받쳤다. '팔자'였던 기관투자자도 장 막판 66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317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0.55% 내린 856.14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내리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떠는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낙폭을 키운 영향을 받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 중 연 3.203%까지 상승했다.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결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29% 하락했고, S&P500 지수는 3.2%, 다우존스 지수는 1.99% 떨어졌다. CNBC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최근 3거래일 동안 미국의 7대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메타, 엔비디아)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총 1조590억달러(약 1353조원) 가량 증발했다.

국제 유가도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1% 내린 배럴당 103.09 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3만 달러 선이 위협받았다. 악시오스는 "투자자들이 모든 것을 내다 팔면서(sell everything) 시장이 자유낙하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장 지배하는 'S'의 공포

새 정부 출범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대통령 취임식은 주식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국내 증시는 대내변수보다 대외변수에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정권 취임 날 지수를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코스피 1.34% 상승, 코스닥 0.1% 상승)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했다.

오히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가 한국 증시를 옥죄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축과 물가 이슈에 더해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하반기 내내 약세장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외 변수 대응이 만만찮다는 데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윤석열 정부의 경우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며 “당시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이 터지면서 세계금융위기가 왔는데, 그때 만큼이나 대외 상황이 불확실하고 한국 경제의 운신 폭이 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보다 미국 경기가 꺾이기 시작할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태동 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굳건한 올해가 아닌, 내년 상반기 미국 경기가 진짜 안 좋아졌을 때 한국 증시의 진짜 바닥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잡히지 않는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세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다. 원자재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수입 물가 등이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가계의 지갑도 얇아질 수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2.4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27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달러당 1278.56원까지 원화가치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가속화에 경기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까지도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졌던 경제 체질 개선도 한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 중 하나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와 사회 및 경제 활동이 이뤄져 왔는데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늘어나는 조달비용 등 높은 금리에 한국 기업과 가계가 적응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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