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팀, 출범 동시에 경제성장 목표 하향 조정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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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윤석열 정부 출범하고 곧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내정자가 취임한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는 등 추 내정자 앞에 여러 일거리가 쌓여있지만 해야 할 부담스런 숙제가 또 있다. 경제 성장 목표를 낮추고 물가 전망치를 올리는 일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김성룡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목표로 삼았던 3% 경제 성장, 2%대 물가 상승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올해 성장률은 2% 중반으로 추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4% 안팎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전년 대비 2.5%로 수정 전망했다. 올해 초 발표한 2.9%에서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해외 기관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5% 하향 조정했다.

한경연은 “기저효과 소멸, 정책 지원 여력 감소, 수출 성장세 약화 등 성장의 하방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성장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초 전망(1.9%)을 크게 웃도는 3.8%로 예상했다. IMF는 이보다 높은 4%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인 4.8%를 기록하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12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제시한 3.1% 성장, 2.2% 물가 상승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 등이 맞물려 세계 경제가 출렁이면서다. 한국도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다.

낮아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낮아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추 부총리 내정자가 ‘키’를 잡고 수립해 이르면 다음 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될 예정이다. 기재부가 경제 성장 목표치를 2%대로 내려 잡고, 물가 상승 예측치는 4% 안팎으로 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 경기를 다시 일으켜 세울 만한 마땅한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아서다.

내수ㆍ수출 모두에 빨간 불이 켜졌다. 윤석열 출범 직후 33조원 이상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풀릴 예정이지만 가라앉은 내수 흐름을 돌리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역 완화에도 여전한 자영업 부진, 금리ㆍ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소비 여력 감소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민간 소비가 회복했지만, 올 들어 자산시장이 가라앉으며 이마저 기대할 상황이 못 된다. 실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민간 소비 증가율(전기 대비) 지난해 4분기 1.6%에서 올해 1분기 -0.5%로 꺾였다.

수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교란에 중국 상하이 봉쇄까지 겹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12.6%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더 많이(18.6%) 늘었다. 두 달 연속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를 봤다. ‘앞에서 벌고 뒤로 손해 보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 적자 확대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 압력을 더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출 증가율이 연말까지 계속 둔화 추세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단가와 물량이 견고히 버티면서 15% 이상의 수출액 증가를 유지해 왔던 현재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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