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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기소…당선인·한동훈 무혐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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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고발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및 권순정 검사 등 검사 3명은 전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9월 공수처가 관련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만 따로 떼서 손 검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공범 혐의에 대해 검찰에 넘겨 수사를 계속 받도록 했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검사는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총선개입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고발사주 의혹을 촉발한 손준성(사법연수원 29기)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적용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이다.

당초 주요 혐의였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됐다. 김 의원에 전달된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인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는 혐의 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손 검사는 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여권 인사인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후보와 같은 당의 황희석 당시 비래대표 후보(8번) 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4월 3일 ‘제보자 X’ 지모씨와 최 후보, 황 후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검언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 기자 등에 대한 1차 고발장과 지씨 과거 판결문 등 관련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또 4월 8일 최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2차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송한 혐의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손 검사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과 판결문을 받아 사건 당시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김 의원은 민간인 신분이었고 이는 공수처의 기소 대상이 아니어서 최종 기소여부는 검찰로 넘겼다.

손 검사의 직권남용을 무혐의로 결론 내면서 선거법 위반을 적용한 걸 두고 한 검찰 간부는 “‘직권을 남용해 고발장을 작성한 증거는 없지만 직권을 남용해 선거에는 개입했다’라는 건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앞서 수사 초기 특별한 증거가 없는데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연수원 23기) 당선인을 입건해 대선 개입 논란을 일으켰는데, 결국 이날 무혐의 불기소하며 무리한 입건이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 됐다. 그런데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50) 여사는 손 검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공범 혐의에 대해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며 검찰로 넘겼다.

공수처 관계자는 “혐의가 인정된다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기재하지 않고 단순 이첩했고 향후 검찰에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는 이유로 입건한 뒤 8개월간 가만히 있다가 이첩했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선 “망신주기 의도가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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