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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멋대로’‘고딩엄빠’…Z세대가 TV에 들어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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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 KBS ‘자본주의 학교’, Mnet ‘Zㅏ때는말이야’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한 장면.[사진 방송사]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 KBS ‘자본주의 학교’, Mnet ‘Zㅏ때는말이야’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한 장면.[사진 방송사]

방송국 카메라가 Z세대를 향했다. 2000년대 이후 출생 세대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에 고루 등장하기 시작했다. 100만원을 쥐여준 뒤 불릴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자본주의 학교’(KBS), 휴대폰을 36시간 떼놓고 관찰하는 ‘Z멋대로 생존기-Zㅏ때는 말이야’(Mnet) 등이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는 정동원(2007년생), 윤후(2006년생), 신하연(2006년생·신해철 딸), 현준욱(2009년생·현주엽 아들) 등 Z세대다.

청소년의 개방적인 성 문화를 다룬 티빙 오리지널 ‘어른연습생’,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MBN ‘고딩엄빠’ 등 터부시했던 주제도 방송에 등장했다. ‘소년심판’(넷플릭스), ‘소년비행’(씨즌) 등 청소년 범죄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도 나왔고, 현재 방송 중인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고등학생의 임신이 등장한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위 사진), KBS ‘자본주의 학교’, Mnet ‘Zㅏ때는말이야’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사진 각 방송사]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위 사진), KBS ‘자본주의 학교’, Mnet ‘Zㅏ때는말이야’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사진 각 방송사]

‘MZ세대’(1980년대~2000년 초반 출생)에서 ‘Z세대’(통상 1996년 이후 출생)만 따로 뗀 점이 주목된다. 김헌식 평론가는 “MZ 담론이 ‘Z’만 분리하는 담론으로 진화하면서, 콘텐트의 민감도·영향력이 큰 10대를 겨냥하거나 등장시키는 비중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10대는) 세상은 빨리 변하는 데 대처할 방법은 모르고, 학교도 어른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세대”라며 “TV에서는 10대가 사라지고, 진지하게 10대의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최근 약간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학교’는 경제 유튜버, ‘고딩엄빠’는 심리상담가를 등장시켜 교육적 효과를 더하지만, Z세대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관찰 기반이다. Z세대에 흔하게 퍼진 풍경이 출연자 개성에 따라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본주의 학교’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정동원이 찾아간 전문가도 2008년생 유튜버 ‘쭈니맨’, 신하연이 100만원을 불리기 위해 생각해낸 ‘이모티콘 작가’ 아이디어도 Z세대 출연자가 직접 가져왔다. 현준욱 형제가 캐릭터 카드를 되팔아 돈을 버는데, 젊은 세대에서 흔한 ‘리셀’ 재테크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 KBS ‘자본주의 학교’(위 사진), Mnet ‘Zㅏ때는말이야’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사진 각 방송사]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 KBS ‘자본주의 학교’(위 사진), Mnet ‘Zㅏ때는말이야’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사진 각 방송사]

고령화되는 TV 시청층을 젊은층으로 확대하려는 방송사의 필요가 10대의 활용도를 높였다. ‘자본주의 학교’는 지난 1월 설 연휴에 2회 특집 편성(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이 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있던 일요일 주력 시간대에 방송한다. ‘자본주의 학교’ 최승범 PD는 “10대 아이를 둔 3050 학부모를 타깃으로 기획했고, 사내에서도 젊은 시청층 타깃인 점이 높게 평가됐다”며 “‘1박2일’ 등 KBS 예능 시청층이 50대 이상이다. 젊은 엄마·아빠들이 갈 수 있는 예능이 없어서 그 수요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해 벌써 시즌 2 이야기가 나올 만큼 화제가 된 ‘고딩엄빠’도, 기존 주 시청층이 50대 이상인 MBN이 2049를 타깃으로 제작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10대를 다룬 콘텐트는 화제성이 높다. 10대를 끌어와야 그 부모층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 KBS ‘자본주의 학교’, Mnet ‘Zㅏ때는말이야’(위 사진)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사진 각 방송사]

tvN ‘우리들의 블루스’, MBN ‘고딩엄빠’, KBS ‘자본주의 학교’, Mnet ‘Zㅏ때는말이야’(위 사진)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마다 속속 등장했다. 세대격차 해소와 더불어 시청층 확장 효과도 있다. [사진 각 방송사]

Z세대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생겨나는 세대 간 소통 효과는 덤이다. 최승범 PD는 “의도하진 않았는데, 방송이 나가고 보니 용돈을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쓰나’ ‘어떤 고민을 하나’ 등 대화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Zㅏ때는 말이야’ 이은정 PD는 “아이들이 휴대폰 없이는 키오스크나 디지털 예약을 못 하는 상황을 겪자, ‘그럼 우리 할머니는 못해?’라며 윗세대를 이해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말했다.

10대를 ‘소재’로만 접근하고 연출한 장면으로 다루는 예능이 돼가는 것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김성수 평론가는 “회차가 이어지면 10대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기보다, 가십성 관찰 예능의 경향을 보인다. (관찰) 대상인 10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도구화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10대가 등장하는 영상은 계속 기록으로 남는 만큼,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흥미를 채우기 위한 관찰로 끝나지 않고, 전문가가 관점을 잡고 방향을 제시하는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Z세대’를 함부로 정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10대도 서로를 잘 모르고, 다 다르다”며 “‘10대는 이래’라고 정의하는 건 위험하지만, ‘10대는 어떤가’ 들여다보는 건 긍정적 시도”라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MZ세대는 이럴 거야’라고 일반화하는 건 폭력이고, 세대를 단절시키는 ‘꼰대’의 길”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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