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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시다, 尹 취임식 '불참' 으로 기우나…"시기상조 판단한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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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불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냉각 상태인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최근 4박 5일간 한일정책협의단(이하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지만, 기시다 총리가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불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26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대표단의 단장인 정 부의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26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대표단의 단장인 정 부의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 연합뉴스

산케이신문은 29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 참석을 기대하는 한국 측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른바 징용공(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소송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 대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을 보내는 방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필두로 한 정책협의단은 지난 26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기시다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관계는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 총리의 ‘불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민당 내 강경파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교부 회장은 “현안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는데, 축하 분위기에 휩쓸려 총리가 취임식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같은 맥락에서 자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 반대 의견이 높아졌다. TV아사히도 지난 28일 외무성 간부 발언을 인용해 일본 정부 측 여론이 불참으로 가닥이 잡힌 점을 보도하기도 했다. 외무성 간부는 “총리가 취임식부터 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일부 언론 “한국 대통령 취임식이 기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7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아베 신조(제일 오른쪽) 전 일본 총리와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7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아베 신조(제일 오른쪽) 전 일본 총리와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에선 ‘취임식이 기회’라는 의견도 병존하고 있다. 현재의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꼽힐 만큼 악화한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7일 사설에서 “기시다 총리가 참석해 양국 정상이 협조해 관계를 쇄신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 역시 지난 28일 같은 맥락의 외교소식통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한일관계 개선)열쇠는 양국 수뇌가 정치적 타협을 하기 위한 신뢰회복에 있다”며 윤 당선인의 취임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당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일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바가 있다.

도쿄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윤 당선인이 참석하면 “직접 대면할 큰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일본 7월 ‘참의원 선거’ 지나야 

기시다 총리의 윤 당선인 취임식 불참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가 있는 일본 입장에서 취임식 참석 여부는 ‘모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주 도카이대 교양학부 교수는 “과거 십수 년 현직 총리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다면 자민당 강경파의 비판이 있는 등 외려 ‘마이너스’가 되는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취임식 불참이 더는 한일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일본 입장에서도 이번 정책협의단 면담으로 양국 간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이란 의미다.

불참은 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실익’을 고려한 선택으로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선거 때까지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정책협의단 방일로 양국 간 공감대는 어느 정도 마련된 만큼, 양국의 선거가 지나면 어느 정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타협점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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