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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수업체에 대출받아 대선 치르는 르펜, 160억 빚 갚는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친러시아 성향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후보의 소속 정당 ‘국민연합“(NR)이 러시아 군수업체에 거액의 빚을 상환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시간) 계약서 사본과 함께 “NR은 2020년부터 2028년까지 러시아 항공기 부품회사 '아비아자프차스트'(Aviazapchast)에 대출 총액 1200만 유로(약 161억원)에 대한 원리금을 분기별로 상환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과 이에 맞서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선거 포스터. [AP=연합뉴스]

프랑스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과 이에 맞서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선거 포스터. [AP=연합뉴스]

NR은 앞서 2014년 러시아 은행 ‘퍼스트 체코-러시아은행’에서 940만 유로를 빌린 바 있다. 당시 대출의 상환일은 2019년 9월이었다. 그러나 아비아자프차스트가 2016년 이 대출에 대한 채권을 넘겨받으면서 상환일이 2028년까지로 거의 10년 가까이 미뤄졌다.

WSJ은 이같은 대출 계약은 프랑스 정당의 통상적 대출 상환 기간보다 훨씬 길다며, 이를 바탕으로 르펜의 대선 출마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NR 핵심 관계자는 “대출 이율이 6%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아비아자프차스트 측은 투자금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대출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르펜 후보는 "우리는 가난한 정당이지만 그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그는 또한 프랑스 은행들이 대출을 꺼렸기 때문에 해외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26일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중도 주류 정당이 퇴조하고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했다. 사진은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AFP]

26일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중도 주류 정당이 퇴조하고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했다. 사진은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AFP]

프랑스에서는 출마 후보가 5% 이상 득표하는 경우 선거 비용의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각 정당이 금융 기관 대출에 선거 비용을 의존하곤 한다. 프랑스에서는 은행이나 기업이 정당에 선거 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대출만 가능하다.

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선거자금 감독기관 '정치자금 조달을 위한 국가위원회(CNCCFP)는 이 계약을 검토한 결과 “선거자금 간접 지원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르펜 후보는 과거 친러시아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는 찬성했다.

24일 열리는 대선 결선투표에서 르펜 후보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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