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송영길 "컷오프, 反이재명 선제타격"…친명vs반명 치닫는 민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왼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왼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이게 무슨 고무줄 잣대냐.”(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9일 심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이하 전략공관위)가 결정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공천배제’ 결정은 20일 아침부터 당 내에 깊은 파열음을 자아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충북은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실패에 책임 있는 분을 공천했는데, 서울에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직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노영민(충북지사) 후보도 탈락시키든지 그것을 못하겠다면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가 모두가 참여하는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패배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도 주장했다.

노 후보가 대통령비서실장 시절인 2020년 충북 청주시 집을 팔고 서울 서초구 아파트는 남겨 ‘똘똘한 한 채’논란의 중심에 섰음에도 당이 공천배제하지 않은 것처럼 송영길 전 대표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박 위원장은 앞서 20일 새벽 페이스북에 “왜 충북과 서울의 잣대가 다르냐”며 “전략공관위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은 비대위에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제 할 일을 하겠다”는 글도 올렸다.

이원욱 “박지현도 宋비판, 일관성 있어야” 반발

그러자 전략공관위원장으로 전날 송 전 대표의 공천배제를 결정한 이원욱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박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대선 책임, 부동산 책임자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송영길·노영민 두 후보를 이미 공개 비판했었다”며 “박 위원장이 지적했던, 명분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 등을 고려해 부작용이 큰 후보군을 우선 배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박 위원장이 지난 8일 “과연 대선에 진 정당이 맞나”라며 지적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당 내에선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가 이제와서 ‘송영길 공천’을 주장하는 박 위원장의 논리적 모순을 비판한 것”(충청권 의원)이란 말이 나온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김경록 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김경록 기자

 회의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송영길 배제'라는 회의 결과를 외부에 유출한 정다은 위원에 대한 윤리감찰단의 징계를 직권명령했다. 한 참석자는 “윤 위원장에게서 ‘송영길 공천배제’에 기운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비대위원은 “윤 위원장이 이날 오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접촉해 출마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권 초선 의원은 “강성당원의 지지를 받는 송 전 대표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박 전 장관이 경선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 전 장관은 자신을 전략공천해달라고 요구할텐데 비대위가 이를 추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20일 오후 9시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서울시장 경선 여부를 논의한다.

송영길이 부른 ‘친명 vs 반명’ 구도…계파대결 촉발되나

공천배제 위기에 몰린 송 전 대표는 이재명 상임고문까지 언급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이날 경인방송 라디오에서 “제가 대선에 책임이 있어 출마를 못 한다는 논리는 이 고문의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고문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계파들이) 선제타격을 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장연 농성장을 방문해 박경석 공동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 전략공천위의 공천배제 결정에도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장연 농성장을 방문해 박경석 공동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 전략공천위의 공천배제 결정에도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친이재명계도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나”(정성호 의원), “서울 경선판이 흥행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안민석 의원)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당내 반 이재명 세력이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를 주도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반이재명 성향이 뚜렷한 반대 진영도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의원은 “송 전 대표나 박 위원장 뒤에는 이 고문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비대위가 송 전 대표를 포함해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하면 친문계의 집단 반발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