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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없는 소통의 음악”…4월말 노들섬은 재즈섬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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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웅산 한국재즈협회장은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이달 26일 개막하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에 대해 “코로나19가 없어지는 시기의 시작을 저희가 열게 되어 감사하다”며 “마음을 열고 노들섬으로 오시면 지쳐있는 시기에 짜릿한 영감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웅산 한국재즈협회장은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이달 26일 개막하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에 대해 “코로나19가 없어지는 시기의 시작을 저희가 열게 되어 감사하다”며 “마음을 열고 노들섬으로 오시면 지쳐있는 시기에 짜릿한 영감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즈에는 어떤 정해진 틀도 없어요. ‘재즈는 어렵다’ ‘어떠어떠한 사람만 하는 음악이다’ 등 편견을 던지고 일단 경험하면, 왜 이렇게 웅산이라는 사람이 재즈에 열을 올리는지 알게 될 겁니다.”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장(3대)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오는 26일 개막하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를 앞두고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지난해 1월 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세계 재즈의 날’(4월 30일, 2011년 유네스코 지정)을 기념하는 전야제 행사를 처음 열었다. 올해 행사는 규모를 키워 서울 노들섬에서 6일간(26일~5월 1일) 100여 명의 국내 재즈 뮤지션이 총출동하는 페스티벌로 펼쳐진다.

서울재즈페스타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만에 해제된 뒤 서울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페스티벌이다. 하루 최대 2000여 관객이 노들섬을 찾게 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웅산은 예매 첫날 ‘전석 매진’ 소식을 알리며 “네이버TV·유튜브 등으로도 생중계될 예정이니, 대한민국 재즈의 보석 같은 뮤지션을 직접 보고 찾아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26일~5월 1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리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의 포스터. [사진 한국재즈협회]

4월 26일~5월 1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리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의 포스터. [사진 한국재즈협회]

웅산은 규모를 확 키운 이유에 대해 “‘재즈의 날’은 세계가 인정한 재즈 뮤지션 잔칫날인데, 국내에서는 잔칫상을 못 차려 먹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며 “평화와 사랑, 소통의 의미를 지닌 재즈라는 음악을 더 많은 분께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K팝만 한국 음악이 아니다. K재즈도 어마어마한 젊은 뮤지션들이 사랑받을 준비가 돼 있다. 그 보석을 꺼내 반짝이는 무대를 만드는 게 제 도리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진 재즈 보컬리스트 음악에 전문가 설명을 곁들이는 이색 공연부터, 신관웅·김준·최선배 등 1세대 뮤지션과 2~3세대 뮤지션이 한 무대에서 앙상블을 맞추는 메인 공연까지 마련돼 있다. 웅산은 재즈에 대해 “종교·연령·성별 등 모든 것을 떠나 무대 위에서 순간적인 영감을 가지고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이 노들섬에서 열리는 점도 의미 있다. 40년 넘게 방치됐던 노들섬은 서울시 주도로 2019년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웅산은 “노들섬은 여러 해 전에 만들어졌는데, 알려지려던 시점에 코로나19가 터졌다”며 “재즈 같이 대중적으로 다소 등한시됐던 음악이 노들섬에서 울려 퍼지면 멋지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대한민국 재즈가 시작된 것도 용산의 미8군에서였다”고 의미를 덧붙이며 “매년 4월 말 노들섬이 재즈 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행정 업무와 거리가 멀게 살아온 웅산은 협회장을 맡고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사실 협회가 생긴 뒤 ‘아무것도 안 한다’고 원망하는 후배가 많았는데, 직접 일해 보니 뮤지션 출신 협회장이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 너무 많더라”라며 “노들섬 공연을 위한 서류 작업부터 프레젠테이션 등을 직접 챙긴 끝에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자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 직원부터 출연 뮤지션, 스태프 등이 한국 재즈를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힘을 실어줘 해낼 수 있었다”며 “축제라고 해도 뮤지션이 응당 받아야 하는 대가를 받도록 더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당부했다.

소수의 몇몇 아티스트만 주목받는 주변부 음악으로 남기에 재즈는 “너무 아까운 음악”이라는 웅산은 협회장이자 뮤지션으로서 펼치고 싶은 목표가 많다. 서울재즈페스타의 정례화에 더해,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이 공연하는 ‘세계 재즈의 날’ 메인 이벤트를 한국에 유치하는 것이 회장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또 “일본에서 활동할 때 중학생 재즈 빅밴드 실력을 보고 속으로 ‘우리나라는 왜’라는 생각에 속상했다”며 “(재즈) 교육 사업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 뮤지션인 웅산은 페스티벌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중 앨범 녹음에 들어간다. 발매는 하반기 예정이다. 10월에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도 잡아뒀다. 코로나19로 무대에 설 일이 없어져 “어떤 날은 꼬박 6시간 집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다”는 그는 새 앨범에 관해 “국악을 포함해 내가 연마하고 있는 모든 음악적 무기를 활용해 만들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뭐라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음악, ‘나는 나를 가둬두지 않겠다’가 주된 콘셉트”라며 “‘대박’이거나 한장도 팔리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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