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창투」 고리대금업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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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금지원 명분 경영간섭 일쑤/헐값에 인수한 사채로 돈놀이
일부 창업투자회사들이 사채업자와 손을 잡고 회사채를 이용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이른바 정크본드(부실기업등이 발행한 회사채)투자를 모방한 것이다.
또 자금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자본참여를 통해 회사경영에 간여하는가 하면,요건을 갖춰 해당 중소기업을 증권업협회에 장외등록법인으로 등록시킨 후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을 처분해 큰 차익을 챙기는 사례도 있다.
최근 부도를 낸 고려창업투자(대표 염정현ㆍ31)도 이같이 편법적인 영업활동에 치중해 왔으며 그로 인해 현재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업체는 10여개사에 피해금액도 2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부도가 난 세진화인케미칼과 한국코인 등 2개의 장외등록법인도 고려창투 염사장의 이같은 「한탕주의」에 결정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관련업계 및 증권계에까지 충격을 주고 있다.
중소업계에서는 올들어 신설된 22개사를 포함해 모두 53개사의 창투회사중에는 이와 유사한 변칙영업에 주력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창투업계에 대한 정부의 감독활동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창업투자 부도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L사가 밝히는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고려창투는 우선 상호출자형식으로 자회사인 우성경영컨설팅을 만들어 중소업체에 접근,자금알선등 회사경영을 지원하는 경영자문계약을 했다.
그다음 이같은 중소업체가 발행한 사채를 우성이 인수하는 식으로 돈을 대주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대신 우성은 이 회사의 주식등을 담보로 요구,이 담보를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그 대금을 모기업에 건네줬다.
회사채매입은 계약서상 이자가 월 1.7%지만 실제로는 월 2.7%에 선이자를 떼고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주기도 했다.
L사도 이같은 식으로 5억원의 자금을 조달받는 대신 현재 12억원 상당의 자사주식이 사채업자 송모씨에게 넘어가 있다.
고려창투의 염사장은 이같이 헐값의 사채인수를 통해 마진을 챙기는 것외에도 특정회사에 대한 자본참여를 통해 경영에 깊이 간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섬유류 염색업체인 세진화인케미칼도 염사장이 약속한 자금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도를 냈으며 가스용기업체인 한국코인도 이와 유사한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창투회사들은 자본금을 대줘 장외등록법인 또는 기업공개요건을 갖춘후 이 소문을 퍼뜨려 장외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면 그때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기는 수법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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