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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아이들 때린 미사일에 ‘러시아 어린이 위해’ 문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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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피란민이 몰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이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했을 당시의 참상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BBC는 지난 9일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현장에는 여전히 핏자국 등이 남아 있었고 주인 잃은 여행 가방이 곳곳에서 보였다고 보도했다.

외과의사 빅토르 보리소비치는 BBC에 “실려 온 피해자 중 여섯 명은 수술을 받기도 전에 숨졌다”며 “많은 사람이 신체가 절단되거나 팔다리가 찢어지고 내장이 손상된 채로 실려 왔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몸에 파편이 박힌 상태였다. 생존자 옐레나 칼레몬바는 워싱턴포스트(WP)에 “떨어져 나간 팔다리와 살점, 뼈가 도처에 즐비했다”며 “유리창이 산산조각나면서 생긴 파편이 피란민으로 가득한 대기구역에 쏟아졌다”고 당시를 전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어린이 다섯 명을 포함한 민간인 52명이 숨졌으며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9일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약 100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이들 중 20%가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가 팔다리 등을 절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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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영철도회사는 “러시아군이 토치카-U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하고, “러시아군이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작은 자폭탄 수백 개가 들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공격을 “러시아가 가장 최근에 저지른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고 “공격 당시 기차역 주변에 우크라이나군은 없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이 저지르는 ‘악’에 한계는 없다”며 “처벌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 사회에 호소했다. 러시아 측은 “토치카-U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쓰는 무기”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발표에 따르면 사건 당시 역에는 주로 어린이와 여성인 도네츠크 지역 주민 4000명이 피란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BBC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미사일 두 발이 기차역에 떨어졌고, 폭발이 5~10차례 일어났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한 기를 공중 요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장에는 ‘우리 어린이를 위해’라고 키릴 문자로 적힌 미사일 잔해가 발견됐다. WP는 “명백한 복수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와 dpa통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마카리우에서도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보딤 토카르 마카리우 시장은 전날 회견에서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마을에서 132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러시아군이 포위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지난달 16일 어린이 등이 피란해 있던 극장의 피폭 당시 상황을 새롭게 보도했다. 생존자 빅토리아 두보비츠카야는 “포탄이 무대로 떨어졌으며, 그 직후 아이 둘을 데리고 2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사방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시신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를 전했다. 마리우폴 극장 희생자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시 당국은 3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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