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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보로댠카서도 대학살…젤렌스키 “안보리서 퇴출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첫 유엔 안보리 화상 연설을 하면서 러시아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모습을 담은 9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나치 전범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소와 같은 국제법정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첫 유엔 안보리 화상 연설을 하면서 러시아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모습을 담은 9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나치 전범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소와 같은 국제법정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일어난 민간인 집단학살 못지않게 처참한 피해를 입은 보로댠카의 참상이 주민들의 증언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부차 서쪽에 위치한 보로댠카에서 사흘 동안 러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견뎌낸 페트로 티텐코(45)의 증언을 보도했다. 티텐코는 러시아군에 붙잡혀 사흘 밤낮을 고문당했다고 한다.

당시 티텐코는 손을 등 뒤로 포박당하고 머리에 포대자루를 뒤집어쓴 채 러시아군 탱크에 감금됐다. 러시아군은 티텐코의 몸에서 우크라이나군 스파이 표식을 찾겠다며 속옷까지 벗겼다. 티텐코는 “러시아군이 ‘표식이 발견되면 피부와 같이 잘라내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포로들과 함께 묶인 채 15~20분 동안 맞았다. 기관총이 내 머리 위로 발사됐고, 발쪽으로도 총알이 날아왔다”며 몸서리를 쳤다. 러시아군끼리 대화 중에 “또 (민간인) 포로냐. 이제 땅에 묻기도 지친다”고 투덜대는 걸 들었다고도 했다.

보로댠카는 키이우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사거리에 건설된 인구 1만3000여 명 규모의 베드타운이다. 게오르기 예르코 시장대행은 “러시아군이 아파트 단지를 포격해 대피해있던 민간인 최소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로댠카

보로댠카

앞서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된 부차에서도 러시아군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추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14살 소년 유리 네치포렌코는 아버지 루슬란(49)과 함께 식량과 의약품 원조를 받으러 가던 길에 러시아군과 마주치자 곧바로 두손을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유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러시아군이 그의 가슴에 총알 2발을 쐈다. 유리는 “내 왼손에도 총을 쐈고, 내가 쓰러지자 또 머리 쪽에 총을 쐈다”며 “총알이 후드를 관통하면서 나는 살았지만, 그들은 이미 숨진 아버지 머리를 향해 또 총을 쐈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4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148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부상자는 2195명이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을 IS에 비유하며 “(국민들이) 수류탄 폭발로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순전히 재미로 민간인을 탱크로 깔아뭉갰다. 이같은 행동은 다에시(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 IS의 아랍어 약자)같은 테러리스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이 문 닫을 준비가 됐나? 그렇지 않다면 즉시 행동해야 한다”면서 “러시아를 상임이사국에서 몰아내고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러시아는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러시아가 부차를 점령할 동안 폭력으로 고통받은 민간인은 한 명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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