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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尹 취임도 전에 탈'탈원전'…文이 막은 고리2호 연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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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에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 가동을 연장하기 위한 절차에 조만간 돌입한다. 수명이 만료된 원자력 발전은 계속 가동 없이 폐쇄한다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 내용을 뒤집는 조치다.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이 도래하는 다른 원전 연장을 위한 추가 조치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고리 2호, 안전성 평가 제출할 듯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전. 오른쪽 두번째가 고리 2호기, 맨 오른쪽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다. 중앙포토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전. 오른쪽 두번째가 고리 2호기, 맨 오른쪽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다. 중앙포토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한수원은 오는 8일까지 고리 2호기의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PSR은 원전 안전성을 10년마다 종합적으로 확인해 개선사항 등을 도출하는 평가다. 설계수명이 도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이 PSR과 함께 원전 주요 기기 수명평가 같은 경제성 평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을 추가해 먼저 원안위에 내야 한다.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바탕으로 원전 계속 가동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여부를 최종 심사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명이 곧 끝나는 원전을 폐쇄한다면 PSR을 굳이 제출할 이유가 없다”면서 “PSR을 낸다는 것은 계속 가동을 위한 중간 절차를 밟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월 8일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연장 없이 곧장 폐쇄할 예정이었다. 원래 PSR 제출 시한은 지난해 4월 8일이었지만, 한수원은 이 시한을 1년 미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원안위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0년 원안위 측에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결과 처분요구 통보’ 등에 따라 원전 계속 가동 여부 판단을 위한 경제성 평가 지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침 개발에 상당한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출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한수원이 당시 공문에서 밝혔던 연장 기한이 오는 8일이라 시기적으로도 PSR 제출을 더 미루기 어렵게 됐다.

속도 높이는 ‘脫 탈원전’

새 대통령이 아직 취임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을 뒤집는 듯한 조치가 나온 것은 에너지 정책 수정 과정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증대를 에너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임기 내 늘릴 수 있는 원전은 많지 않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이유로 신규 원전 사업을 모두 백지화해서다. 그나마 부지 확보가 끝난 신한울 3·4호기를 빼면 신규 원전 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주민 동의부터 관련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원전 증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폐쇄 예정 원전 계속 가동 ▶기존 원전 이용률 향상 3가지가 필수적이다. 폐쇄 예정 원전 중에서는 당장 내년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 연장이 가장 시급하다.

고리 2호기를 계속 가동하려면 원안위 심사를 거쳐야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심사 기간이 길어져 수명 만료 기한인 2023년 4월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일단 가동을 중지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리 2호기 자체경제성 평가 및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빠른 시일 내 원안위에 사전 제출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객관적 안정성 지표 마련해야”

수명 곧 도래하는 원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명 곧 도래하는 원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이 곧 끝나는 다른 원전의 계속 가동 절차도 곧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면 오는 2030년까지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2·3·4호기, 한울 1·2호기 총 10기 원전 수명이 끝난다. 원전 가동 기한을 늘리지 못하면 정부가 목표한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40%를 맞추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급격히 늘려야 한다. 실제 정부 NDC 계획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0.2%로 2019년 6.5%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나게 돼 있다. 그만큼 관련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 의원은 "기존 원전 수명을 늘리지 않으면 원전 비중이 줄 수 밖에 없고 결국 에너지 관련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고 했다. 다만 노후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고 한다면, 월성 1호기 같이 안전성과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찬반 논쟁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원전의 설비를 보강해 가동을 연장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다만 과거와 같은 논란이 없게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침 등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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