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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푸틴 겨냥 “통치자가 갈등 조장”…키이우 방문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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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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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85) 교황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황을 움직인 것은 4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하지만 교황이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키이우 방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키이우 방문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우크라이나 인사들의 방문 요청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그렇다. 그것(방문)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교황의 키이우 방문 언급은 우크라이나 측의 지속적 ‘중재 요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교황과 전화 통화를 했다. 3월 22일에도 교황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청 차원에서 중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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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지난 1월엔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며 위기 해소를 위해 ‘평화 기도’를 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이번 몰타 순방 중 한 발짝 더 나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연설에서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potentate)가 갈등을 일으키고 조장하고 있다”며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 야만적인 시가전, 핵 위협은 먼 과거의 암울한 기억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교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푸틴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교황이 새로운 차원의 분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간 “대화의 여지를 위해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지만, 러시아가 핵 위협까지 거론하자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황의 몰타 방문은 ‘난민 수용’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4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하자 교황은 유럽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해달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바티칸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몰타 방문 최우선 의제는 난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작은 나라인 몰타는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들에겐 최전선 국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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