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가계부채 늘어 큰 부담, 금리 통해 연착륙시킬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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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06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이창용 후보자. [뉴시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이창용 후보자. [뉴시스]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국회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그는 “(시장의) 이자율이 균형 이자율(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기준금리)보다 너무 낮으면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고, 국가 경제 안정화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분명히 시그널(신호)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하겠다는 의지도 비췄다. 이 후보자는 “한은 총재가 되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다 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중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거 같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지금 당장은 부동산 대출과 연결이 되어 있어 단기간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그의 통화정책 성향이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파’라는 시각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상황에서 정부와 어떻게 정책 조합을 잘 조율하느냐. 이러한 각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금통위원들과 예상치 못한 변수가 현실화된 것들(경기 하방 위험)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종합적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며 “지금 중앙은행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보고 정부 정책과 정책 조합을 잘 이루고 조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가 비둘기파라는 시각이 나온 데는 그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한 인터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를 보면 다운 사이드리스크(하방 위험)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 19로 인한 슬로우 다운(경기둔화) 등 세 가지를 제기한 것이 모두 실현됐다”고 말했다. 경기가 침체할 우려가 큰 만큼 이 후보자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후보자는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 등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자본유출 등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면서 “당연히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격차가 너무 크게 나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미 금리 역전이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자본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펀더멘털을 볼 때, 한미 간의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금리뿐만 아니라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하는 기대심리, 그 다음에 경제 전체 기초여건 등에 달려있다”면서 “2018년과 2019년에 미국이 금리를 빨리 올리면서 그때도 금리가 좁혀졌는데, 자본은 오히려 순유입하는 쪽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금리 역전에 따른 원화값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박을 받는 점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걱정은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면 환율이 절하(원화가치 하락)하는 쪽으로 작용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저희가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물가 상승 전망에 대해서는 상당기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후보자는 “IMF뿐만 아니라 한은도 3.1%를 전망하고 있는데, 상반기는 부득이하게 3.1%보다 높아질 것 같고, 하반기는 물가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대 등 경제 변수가 아니라 전쟁, 바이러스 등으로 하반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면서 “불확실성이 클 때 어떻게 리스크 관리를 할지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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