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산한 5~11세 접종 첫날…“이미 걸렸는데…” vs “맞았는데 안 아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안 아프고 괜찮았어요. 이제 하와이에 갈 수 있어서 좋아요.”

초등학교 5학년 이결(2010년 9월생)군은 31일 오전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서울 강서구에 있는 미즈메디병원을 찾았다. 2010년생이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은 이군은 이날부터 시작된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 대상자다. 아버지 이한보람씨는 “일 때문에 작년, 재작년 미국에 머물렀는데 (아이 또래) 친구들도 이미 다 맞았다고 해서 크게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접종을 기다리는 이군의 표정에 긴장감이 역력하자 아버지 이씨는 “독감 주사 많이 맞아 봤다”며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 간호사는 생년월일을 물어본 뒤, “화이자 백신을 오른쪽 팔에 접종하겠다”며 주사를 놓았다. 그제서야 이군은 아프지 않다며 미소를 보였다. “아빠가 백신을 맞고 팔이 부었어서 조금 걱정됐다”던 이군은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가고 싶었던 하와이를 갈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접종 전 문진을 한 김민균 미즈메디병원 소아청소년과 주임과장은 접종 후 2~3일 정도 관찰하고, 일주일 정도는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부터 시작한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 사전예약률은 1.5%다. 31일 기준 접종 가능한 5~11세 어린이 314만7942명 중 4만7761명이 사전 예약을 마쳤다. 앞서 방역 당국이 실시한 학부모 인식 조사에서는 부모 10명 중 3~4명꼴로 자녀 접종 의향을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낮은 사전 예약률을 나타냈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전날 “(사전)예약률이 낮은 것은 권고 대상을 일반 5~11세 연령자가 아닌 고위험군, 기저질환과 면역저하 요인을 가진 소아로 한정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도 접종 수요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기준 5~11세 누적 확진자는 152만888명으로 접종 대상의 약 48%다.  접종 대상 어린이 2명 중 1명은 코로나19를 앓았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은 이미 코로나19를 앓았던 일반 어린이에게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일부 부모들이 자녀의 접종을 망설이는 건 이상반응을 우려해서다. 여섯 살 딸을 둔 서모(34)씨는 “어른들이 맞아도 팔이 아프고 열이 오른다. 그걸 어떻게 아이에게 맞히겠냐”면서 “독감 등 다른 예방접종은 다 맞혔지만 이번에는 못 맞힐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이모(37)씨도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성장기인 아이들한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