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퇴직금 50억 의혹' 곽상도 “檢, 이규원처럼 허위공문서 작성”

중앙일보

입력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검찰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반발하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뉴스1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31일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과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곽 전 의원은 “관계자 진술이 오염되고 모순된 사실 관계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며 “(검찰이) 추측만으로 영장의 범죄 사실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공판 준비 기일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곽 전 의원은 직접 재판에 나와 발언 기회를 얻었다. 곽 전 의원은 1차 공판 준비기일 때도 재판에 나와 “저도 모르는 채로 진행된 아들과 회사 관계자들 사이의 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검사 출신인 곽 전 의원은 이 사건을 ‘이규원 검사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허위 면담보고서 사건’에 빗댔다. 이 검사는 2018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했는데,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 별장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다녀온 적 있는 것 같다’는 등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비슷하게 검찰은 1‧2차 구속영장에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적었지만, 실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나은행 관계자들이 ‘곽 전 의원이 개입했다’고 진술한 증거는 없다는 게 곽 전 의원의 논리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이 이 사건에서도) 허위공문서를 만든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이 법원도 속였고, 피고인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거기록을 살펴보면 하나은행 관계자 누구도 피고인이 개입했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 구속되자 이 부분이 (공소사실에서) 없어졌다”라고도 했다.

또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건넸다는 남욱 변호사의 진술에 대해선 “남 변호사가 검찰의 제안에 따라 선처를 기대하고 진술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측 역시 “정치자금은 아니었다”며 “이 사건은 변호사 비용을 지급했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서 검찰조사에서 “수원지검에서 수사받을 때 변론을 도와준 대가”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이날 “증거기록을 검토해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스스로 허언이라고 자인하는 발언과 그 허언을 들었다는 몇몇 진술이 전부”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김만배씨 측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준비 절차를 마무리 짓고 4월 13일 처음 공판 기일을 연다. 이후에는 매주 1회씩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곽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과정 등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성과급 등 50억원(세후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3~4월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남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6년 남짓 근무하던 곽 전 의원 아들은 당시 대리급 직원이었다. 이에 검찰은 김씨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이같은 고액을 지급한 것은 하나은행 청탁에 대한 대가라고 의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