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 과도한 성적욕구로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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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사회가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될 청소년 문화의 양상은 어떨까. 또 이는 지역별·국가별로 어떤 차이와 공통성을 갖고 있을까.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는 국제 학술회의가 열리고 있다.
24∼25일 올림픽화관 대 회의실에서 한국청소년 연구원 주최로 열리고 있는 제1회 국제학술회에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중국·영국·필리핀 등 12개국에서 청소년문제 연구자·교수 등 이 참가, 새 사회 건설의 주역이 될 청소년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의의 대 주제는「청소년 문화」.
이 주제를 다시▲청소년과 현대사회 ▲생활태도·여가 및 가치관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취업기회 ▲청소년 범죄와 사회 ▲미래의 전망-청소년을 위한 바람직하고 정의로운 사회 등으로 나눠 다각도로 토론했다.
엔리쿠에스 필리핀 대학 교수는「청소년의 사회, 정치적 환경」이란 발표를 통해『오늘날 청소년은 어느 시기보다 가족과의 전통적 유대가 약해진 상태에서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 놓여 있다』고 전제하고 자동차를 예로 들어 청소년 문화의 한 단면을 제시했다. 그는 오늘날 지구상의 많은 청소년들이 자동차를「진정한 애인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는 자동차가 부모와 성인들의 통제로부터 독립, 도전과 탈출, 제약으로부터의 자유와 기동성, 힘과 행동 등을 상징해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경수 교수(서울대)는 세계 1l개국 청소년 의식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청소년들은 매우 강한 성취 지향성을 갖고 있으나 고도성장의 부작용, 퇴폐 향락산업, 빈부 격차 등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의식도 크다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또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을 TV보기, 흥미위주의 대중잡지 보기 등으로 때우는 등「철학 없는 나날」을 보내며 학업문제에 대해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특징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일철 교수는「한국의 청년세대와 생활세계」라는 발표를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청소년들이 과거사회와 구조적으로 단절된 상태에서 구세대와 부분적인 일치도 도모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 김 교수는 또 우리 청소년들이 물질적 성공만을 매우 중요시함으로써 이것이 수단이 아니라 목표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며, 과도한 성취욕구를 갖도록 교육받아 이를 이루지 못할 경우 심한 좌절감을 맛보거나 잘못될 경우 폭력화·범죄 화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러한 청소년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한편 일본 청소년에 대해 발표한 센고쿠 다모쓰씨(일본 청소년 문제 연구소장)는 일본 청소년들이 고급식당을 찾는 미식가 붐, 상품 브랜드 붐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목표를 상실하고 있다고 소개, 곧 닥쳐올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상을 예견케 하기도 했다.
한편 청소년 연구원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지역 9개국이 참가한「아-태 지역 청소년 연구기관 협의회」를 창설, 공동연구·연구원 교류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어 청소년 연구가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 전망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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