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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방 효과 3.3조” 두고 전경련-재계단체 또 한 차례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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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분석의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30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관광 수입이 매년 1조8000억원 발생하고, ‘사회적 자본’ 증가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1조2000억~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광 수입 추정치는 청와대를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했을 때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1740만4000명이 다녀갈 것이란 가정에서 나왔다. 매년 청계천에 오는 방문객 수가 그 정도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관광객 유치 효과.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관광객 유치 효과.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GDP 증가 추정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사회적 자본 수준과 1인당 GDP간 상관 계수로 추정했다고 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국가 제도 등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정보 교류 등이 촉진돼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개념이다. 영국 레가툼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45.2점(100점 만점)으로 OECD 38개국 중 36위다.

보고서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확대되면 정보 교류가 활성화돼, 제도적 신뢰가 증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며 대통령 관저를 국민에게 개방했던 우루과이 사례를 제시했다. 후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2010년~2015년 2월) 대통령 관저를 국민에게 개방했는데, 우루과이의 ‘제도적 신뢰’ 수준이 무히카 대통령 집권 후 7.5단위(45.7→ 53.2점)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사회적 자본 지수와 1인당 GDP의 상관관계.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사회적 자본 지수와 1인당 GDP의 상관관계.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연구를 주도한 김현석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가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우선 보고서는 당선인 측과 민주당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집무실 이전 비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 측에선 496억원, 민주당 일각에선 1조원이 든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번 연구는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업무보고 내용과도 큰 차이가 있다.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청와대를 개방할 경우 인근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연간 149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나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간 56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을 제외한 수치로, 고용은 연간 1270명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은 연간 300만 명인 경복궁 방문객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놓고도 여권에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평가 절하하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청와대를 개방하면 관광객이 몰려 연간 최소 2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날 거라는 전망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청와대를 개방하면 관광객이 몰려 연간 최소 2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날 거라는 전망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개방하는 데 따른 관광 수입 효과는 청계천 복구로 인한 효과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할 당시 기대되는 경제 효과를 산정할 때 사회적 자본 가치는 고려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에도 국민이 느끼는 즐거움 같은 가치도 집어넣게 돼 있는데 굳이 사회적 자본 같은 논란이 되는 부분은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청와대 개방으로 인한 관광 수입과 즐거움 가치만 계산해도 용산으로의 이전에 드는 비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집무실 이전 이슈는 비용과 효과를 따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옮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냐 정치적 결단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번 연구 결과를 문재인 정부에서 패싱 당했던 전경련이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재계 맏형’으로서 위상을 되찾으려 한다는 시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다른 경제단체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 공약을 지원 사격하면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먼저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제단체 간 신경전은 한층 더 가열되는 분위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재계단체가 발표하기엔 부담스럽다”며 “이번엔 전경련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제단체가 예민한 정치 이슈에 대해 보고서를 내는 건 과거에도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간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외부 전문가 등을 통해 이런 계량적 연구를 수차례 해왔는데 이번엔 다르게 보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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