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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인 아닌 청년 만나는 것" 무협 가는 尹에 재계단체 묘한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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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만간 한국무역협회를 방문해 청년 무역인들을 격려하기로 한 가운데 그 배경과 의미를 놓고 경제단체별로 해석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가 새 정부와 주요 대화 파트너가 되기 위한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무역협회는 이날 윤 당선인의 무협 방문 관련한 일정 및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무역협회 방문은 맞다”며 “워낙 중요한 문제가 경제다. (윤 당선인이) 전국 20개 대학에서 선발된 청년 무역인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청년 일자리를 독려하고 중소기업 수출 지원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방문을 두고 재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 때 경제계의 대표로 부상한 대한상의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입지가 축소된 전경련 중 어디를 먼저 갈 것인가가 재계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도 당선인 측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 측이 경제단체 중 첫 방문지로 무협을 선택한 이유와 관련, 무협 측에선 “구자열 무협 회장이 당선인 측에 방문 제안을 여러 번 했다”고 설명했다.

무협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1일 윤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과의 회동 때 구자열 회장이 “예비 무역인들을 위해서 당선인이 와주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며 설득했다는 것이다. 무협 관계자는 “그날 오찬이 끝나자마자 당선인 측에서 어떤 계획인지 들어보자고 연락이 와서 일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당선인의 무협 방문이 28일 저녁 확정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경련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장제원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경련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장제원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다른 경제단체들의 시각은 달랐다. 방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당선인이 무역인들과 간담회를 하는 게 아니라 청년들을 만나는 거잖나”라며 “당선인의 첫 방문지라는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도 “대선 기간 동안 당선인이 경총, 대한상의, 중기중앙회는 갔으니 안 간 데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며 “청년 무역인 인력양성 사업을 격려하는 자리니까 경제단체 중 무협을 먼저 방문했다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경련이나 대한상의를 먼저 방문했으면 의미 부여를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들을 만났을 때 “중기중앙회, 경총, 상의는 찾아뵈었는데 중견기업연합회, 무역협회, 전경련을 선거 (운동 기간) 때는 못 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최진식 중견련 회장이 “나중에 한 번 오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제 6단체는 이미 대선 직후부터 윤 당선인의 첫 방문지로 선정되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 당선인이 처음 방문하는 단체에 새 정부 들어 힘이 실릴 거란 기대에서다. 과거 당선인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기중앙회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경련을 먼저 방문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무협을 일단 먼저 방문하기로 했지만 다른 경제단체들은 계속 당선인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대한상의, 경총 등은 지난주부터 인수위 측에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 정책 등에 대한 제안서를 보냈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와 경총 상근부회장 간담회도 30일 예정돼 있다. 모 경제단체 관계자는 “인수위 측에 당선인의 우리 쪽 방문을 계속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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