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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만에 경제계 만난 尹, ‘규제 개혁’ ‘민간 주도’ ‘시장 자유’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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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나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4층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을 만나 도시락으로 오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 활동 방해 요소 제거가 정부 역할”

윤 당선인이 오찬에서 강조한 것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윤 당선인은 특히 ‘(기업) 방해 요소 제거’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기업을) 도와드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과 경제활동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서도 새 정부 출범 즉시 80여개의 낡은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규제개혁 전담 기구를 통해 규제 개혁을 이뤄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찬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썼다. ‘신발 속 돌멩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수위 때 “금강산처럼 아무리 좋은 곳을 구경한다고 해도 신발 안에 돌멩이들이 있어서 걷기 힘들다”며 서민의 애로사항 해결에 정부가 애써야 한다고 강조하며 쓴 표현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오는 24일 퇴원할 예정인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민간 주도 성장’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이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탈바꿈해야 한다”며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고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며 투자해 기업이 커가는 것이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 성장을 통해 양극화 등 사회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자산 격차 등 양극화 심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국가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재도약”이라며 “지금은 부모의 지위와 신분이 세습되는 사회로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국가 전체의 역동적이고 도약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 6단체장과 오찬 회동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 6단체장과 오찬 회동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대목도 있었다. 윤 당선인은 “그간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기업하기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기업이) 해외에 도전하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다. 운동복도 신발도 좋은 것 신겨 보내야 하는데,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규제 때문에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여러분들이 힘들어했던 부분들을 상식에 맞춰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기회장 “文 정부 동안 중소기업 가장 고통받아” 

경제단체장들도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경제 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김기문 회장은 “지난 정부 동안 중소기업이 가장 고통받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을 언급했다.

경제6단체장들과 대화하는 윤석열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2.3.21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제6단체장들과 대화하는 윤석열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2.3.21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이날 회동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허창수 회장은 “안전이 중요하지만,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손경식 회장도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기업인들의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대신 재해 예방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지난해 12월)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피력한 적이 있다.

손 회장은 “일자리 모습이 다양해져 노동자 법제가 대폭 개정돼야 한다. 우리 노사관계 풍토가 걱정스럽다. 이런 풍토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권력 집행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 개혁과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 등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도 요청했다. 구자열 회장은 “기업이 개별 대응하기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진취적 소통 플랫폼 마련, 경제 안보 등을 민관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제단체들은 이런 건의사항을 모아 인수위에 전달했다.

윤 당선인은 오찬 막바지에 “앞으로 차근차근 비상식적인 부분들을 정상화해 나가겠다.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하실 수 있게 하겠다”며 기업인들과의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찬은 오전 11시 30분부터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김은혜 대변인은 “워낙 그동안 기업이 규제와 ‘갈라치기’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직원들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뛸 수 있는 기회가 제약됐는데 이제는 기업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는 ‘기 살리기’ 행보”라고 일정을 설명했다.

당선 11일 만에 만남…文은 두 달 만에

윤 당선인이 이날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것은 당선인 신분이 된 지 11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두 달여가 지나서야 재계 대표들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대하며 재계와 소통의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재계가 위축돼 있던 상황이었다. 재계 대표들은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 일자리 창출과 상생 약속 등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왼쪽 두번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왼쪽 두번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연합뉴스

현대그룹 출신이자 경제 대통령을 표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9일 만에 전경련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핫라인 개설’, ‘회동 정례화’을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같이 당선인 시절부터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를 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만에 청와대가 아닌 한 삼계탕집에서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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