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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중립국’ 제안에 러 “군사작전 축소, 정상회담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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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5차 평화회담에서 러시아 측에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대신 새로운 안보보장 체제 구성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대해 "건설적인 내용"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혀 휴전 기대감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 축소 방침과 함께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시아 평화협상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다. 연합뉴스

러시아 평화협상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타스통신은 이날 오전 9시 40분 양국 협상단이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만나 4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측 협상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협상 종료 후 별도 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로 된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자국내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대량살상무기의 생산 및 배치를 거부하고 외국 군사 기지, 외국 군대 배치를 금지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안보 보증국들의 동의 없이는 자국 영토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안보 보증국 목록에는 러시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탈환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사실상 용인하기로 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제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시사가 내포돼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조약에 대한 최종 결정이 다자 정상회담에서 내려지길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딘스키 단장은 "우크라이나측 제안에 상응하는 우리의 답이 조만간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은 양국간 조약이 준비되는 대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외무장관간 조약 가조인과 동시에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면서 "조약 가조인과 세부사항 검토 때 자세한 내용과 정치적 뉘앙스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러시아는 분쟁 완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두 발' 양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협상 종료 후 "수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고 이는 즉각 실시된다"며 "이는 협상에 대한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측 대표단으로 참여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새로운 안보 보장 시스템을 제안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보장된다면 중립국 지위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를 잠재적 안보 보장국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이스라엘·폴란드·캐나다 등도 새로운 안보 보장국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와의 최종 협정이 발효되려면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에 완전한 평화가 이뤄져야 하며 국민 투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왼쪽)과 젤렌스키 대통령.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왼쪽)과 젤렌스키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의 군사작전 축소 발표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진전할 것이라는 낙관이 퍼지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반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현지시각) 기준, 미국 주식 선물가격은 6주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유럽 증시도 한달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 선물은 1.09% 다우 선물 지수는 0.73% 상승했다. 독일(3.14%) 프랑스(3.45%) 증시 역시 긴장 완화 소식에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장 초반 대비 7.1%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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