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제로금리 ‘비정상의 정상화’…공격적 긴축 힘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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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14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3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는 전사 같았다.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올해 예정된 나머지 여섯 번의 FOMC에서 연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각하는 양적긴축(QT)을 5월부터 개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금리 인상 경로는 시장의 컨센서스와 비슷했지만 필요하면 한 번에 0.5%포인트의 인상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혀 다분히 매파적이었고, 양적긴축의 시작 시점은 시장의 예상보다 빨랐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단행된다. 금리를 올려서 심각한 경기후퇴를 초래하거나, 자산시장을 망치고 싶은 중앙은행은 없다. 높아진 금리를 감내할 만한 경제의 체력이 뒷받침될 때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 사이클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금리가 높아져서 특정 임계치에 도달하게 되면 경기는 둔화되고, 자산시장도 충격을 받는다. 그 임계치를 사전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가늠해 볼 수 있을 따름인데, 2015~2018년의 긴축 사이클에서는 기준금리 2.0% 수준에서 경기가 흔들리고,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연말까지 남아있는 여섯 번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방기금금리는 1.75~2%에 도달하게 된다. 2018년 금융시장의 동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금리 레벨이다. 올해 경기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파월을 긴축의 길로 내몰았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중앙은행은 경제에 과잉 수요가 있을 때 긴축 정책을 쓴다. 수요를 억제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인데,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차질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물가 상승분의 절반 정도는 에너지와 중고차 가격 급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과 코로나로 인한 신차 생산 차질의 산물인 중고차 가격 급등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오히려 최근에는 높아진 물가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3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는 2011년 9월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통상적인 경우는 경기가 좋아서 물가가 상승하고 중앙은행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 수요와 무관한 공급난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긴축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3월 FOMC에서 연준은 2022년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2.8%로 낮춰서 제시했다. ‘경기가 좋을 때 긴축을 하고, 주가도 경기를 반영해 오른다’는 기존의 패턴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인플레이션에 맞서고자 하는 연준의 비장한 자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코드로 연준의 행동을 읽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지난해 봄 코로나 발병 직후에 조성됐던 제로금리 환경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또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형편이 좋을 때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놔야 새로운 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연준의 긴축은 시기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려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금리를 정상화시켜 놓은 후 호흡 조절을 하고 있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어차피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매파적으로 소통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데, 3월 FOMC에서 파월은 이런 퍼포먼스를 충실히 수행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지고지순한 약속이 아니라 특정 경제 상황의 산물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중앙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에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름아닌 연준의 행보가 그랬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2022년 중 금리 인상은 연준의 시나리오에 없었다. 빨라도 2023년에야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연준의 입장이었다. 당시에도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폄하했다. 2021년 9월 FOMC에서야 연준은 2022년 9월 첫 번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12월 FOMC에서 첫 번째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2022년 6월로 당겨졌지만, 결과는 3월 인상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의 정상화라는 점에서 보면 올해 연준은 매회 0.25%씩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2023년 이후의 행보는 매우 가변적이라고 봐야 한다. 뒤늦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만큼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과 실물경기의 확장 사이클 간 불일치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경기 둔화의 시기가 빨라지면 지난 3월과 같은 매파적 행보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3월 FOMC에서 연준은 강력한 긴축의 의사를 밝혔지만, 운신의 폭이 넓다고 보긴 어렵다. 연준의 통화정책 보다는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과 중국·러시아로 분열된 국제 질서가 가져올 지정학적 긴장이 더 큰 파괴력을 가진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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