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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ICBM 도발에…日 '적기지 선제타격' 확보 서두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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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대북 추가 제재를 포함한 대응을 검토한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발전해 위협 수준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등 방위력 강화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5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ICBM 발사를 재개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이던 2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앞으로 제재를 포함해 일·미(미·일), 일·미·한(한·미·일)을 비롯한 관계국과 제대로 협력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 회의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정식 회담이 아닌 서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단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이 북한에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24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북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을 제재한 내용 등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25일자에서 일본 정부가 대북 제재를 고민하고 있지만 "일본 독자적으로 제재를 강화할 여지는 적고, 효과적인 방법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그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단체·개인의 자산 동결, 북한에 드나드는 선박의 모든 품목을 조사할 수 있는 '캐치올(Catch All)' 규제 등 쓸 수 있는 제재를 거의 다 쓴 만큼, 더 이상 실효성 있는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다.

"고도나 속도 면에서 요격 어려워"

일본은 이번 북한의 ICBM 도발을 계기로 자국 방위력 증강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오니키 마코토(鬼木誠) 방위성 부장관은 24일 북한 ICBM 발사 관련 브리핑에서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일본의 방위 능력으로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24일 벨기에 브뤼셀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 벨기에 브뤼셀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는 적이 일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상대의 미사일 기지 등을 원거리에서 선제 타격할 수단을 보유하겠단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개정될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전략 문서에 이를 명기하려 하고 있지만, 적 기지 공격 능력이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무력행사를 포기한 일본 헌법 9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일본은 탄도미사일 등이 자국으로 날아올 경우 자위대가 이를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방위성이 2016년 8월부터 상시 발령한 '파괴조치 명령'에 따라 이번에도 동해에 떠 있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 미사일 'SM3'와 도쿄 방위성 내에 있는 지대공 유도탄 'PAC3'의 2단 요격 태세가 가동됐다.

그러나 SM3는 최고 고도가 약 500㎞밖에 되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은 궤도가 정점을 지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가 가장 요격하기 쉬운 타이밍이다. 최고 고도가 6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번 미사일을 SM3로 요격하려면 낙하 속도가 매우 빨라진 단계에서 대응해야 해 쉽지 않다.

고도 10㎞ 정도에서 요격하는 PAC3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 방위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고도나 속도 면에서 (이번 미사일) 요격은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일 외교장관, "北 ICBM 발사, 강력 규탄"

한편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25일 전화 회담을 갖고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한 대응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 장관은 이번 발사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일 뿐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 지적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아울러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조치를 포함한 향후 대응 조치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일 3국 외교차관도 전날 통화를 하고 북한 ICBM 발사 대응,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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