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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5만명 갇혔다"…러군 '인질 작전'에 말라가는 이 도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 방어에 선전하는 가운데 러시아군은 수도 인근 마을에 폭격을 퍼붓고 주민들을 수도·가스 등이 끊긴 도시 안에 가두는 일종의 ‘인질 작전’까지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를 잇는 데스나 강의 다리.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를 잇는 데스나 강의 다리.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 [유튜브 캡처]

CNN, AP통신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동쪽 외곽에서 러시아군을 도심으로부터 55km 떨어진 곳까지 후퇴시켰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인 22일까지만 해도 키이우에서 20~30㎞ 떨어진 곳까지 진격해있었다. 하루 사이 25~35㎞나 밀려난 셈이다.

러시아가 키이우 도심 북서쪽에서도 고전 중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북서쪽 15~20㎞ 되는 곳에 떨어져 있다”며 “(그곳에서) 방어선을 구축한 채 도심을 향해 한 발짝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2일 64㎞에 달하는 군 호송대를 키이우 외곽에 결집시킨 바 있다.

3주 넘게 이어진 포위전에도 ‘수도 함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러시아가 주변 지역과의 연결 통로를 차단시키며 해당 지역 주민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아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위성정보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모습. 석유 저장고와 산업단지가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위성정보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모습. 석유 저장고와 산업단지가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체르니히우 관료들은 23일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를 잇는 데스나 강의 다리를 폭파시켰다”며 “15만 명의 사람들이 도시에 갇힌 채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체르니히우는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약 16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로 수일째 전력과 난방, 가스 등이 끊긴 상태다.

특히 식수 고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르니히우 관료들은 23일 시민들에게 “식수 탱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24일부터는 식수 배급을 일인당 10리터까지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마리우폴 항구의 재난과도 맞먹는 상황을 사전 경고하듯 물이 바닥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루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인권 행정감찰관은 “러시아가 체르니히우와 수도간 연결을 끊은 채 거주민들 인질로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이 이런 ‘고사 작전’을 펼치는 동시에 주민들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명단을 작성 중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키이우 서부에 위치한 마카리우에서도 러시아가 폭격을 퍼부으며 여전히 교착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전했다. 마카리우는 지난 21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WP는 마카리우 검문소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포탄이 떨어지는 걸 목격했다고 전했다.

마카리우 시장은 “(마카리우)의 일부만을 우크라이나군이 통제중”이라며 “15%에 해당하는 지역은 여전히 러시아가 장악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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