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vs경기, 합당vs단일화…‘히든 카드’ 김동연 두고 민주당 갑론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왼쪽)가 지난 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선 후보 유세에 참석해, 이 전 지사의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왼쪽)가 지난 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선 후보 유세에 참석해, 이 전 지사의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활용법이 23일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6·1 지방선거기획단(단장 김영진 사무총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후보 단일화를 이룬 만큼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과 김 대표의 연대는 상수(常數)지만, 김 대표의 희망과 당내 주자들의 진로가 충돌하면 파열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김 대표의 행보와 역량에 대해선 당내에서 평가가 엇갈리지만 대선을 거치며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김동연 카드를 빼고 지방선거를 설계하기 어렵게 됐지만 당내 주자들과 접접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대는 상수(常數)…서울시장이냐, 경기지사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에 나와 “(김 대표가) 만약 당에 들어오면, 여러 가지 당에 대한 헌신과 기여가 있어야 당원들한테 이해와 설득을 받을 수 있다”며 “김 대표가 선택하는 것보다는 당에서 권유하는 지역에 나가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안 의원 발언은 최근 당내 ‘김동연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이 서울 지역구 중진(4선·동대문 갑)인 데다 2017년~2020년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낸 인사여서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섰던 우상호 의원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재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김동연 차출론’의 배경이다.

당 안팎에선 최근 서울 지역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박주민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지만, 아직 본인이 최종 의사를 확정 짓진 않았다. 민주당의 한 서울지역 의원은 “박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 당내 후보군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서울시장은 다음 대선(2027년) 1년 전 임기가 끝나는 중요한 자리다. 김 대표를 포함한 모든 카드를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동연 대표의 눈은 경기지사 쪽에 쏠려 있다. 김 대표는 15살 때 청계천 판자촌에서 경기도 광주대단지(현 성남 중원·수정구)로 쫓겨난 이후, 30년 가까이 경기 과천·성남·안양·의왕에 거주했다. 그는 지난 1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경기 쪽은 제가 아주대학교 총장을 했었고, 제가 거의 30년을 살았다”며 경기도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 배경화면도 2015년 아주대 총장 시절 학생들과 찍은 사진으로 바꿨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 배경 화면을 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 학생들과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김 대표는 경기 수원에 소재한 아주대학교 총장 경력을 자신과 경기도의 인연으로 소개해 왔다. 페이스북 캡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 배경 화면을 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 학생들과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김 대표는 경기 수원에 소재한 아주대학교 총장 경력을 자신과 경기도의 인연으로 소개해 왔다. 페이스북 캡처.

합당이냐, 후보 단일화냐…지도부 시험대에

문제는 민주당 내 경기지사 경선 구도가 이미 치열하다는 점이다. 3선 수원시장을 지낸 염태영 전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했고, 이 전 지사와 가까운 5선 중진 안민석·조정식 의원도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은 “김 대표는 민주당하고 뿌리가 다르다. 자칫하면 제2의 윤석열이 될 수도 있다”(안민석), “당 밖에 있는 사람이 벌써 민주당의 단일화 카드인 것처럼 거론되는 게 월권”(염태영)이라며 연일 김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경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왼쪽부터 안민석 의원, 조정식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뉴스1·중앙일보·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경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왼쪽부터 안민석 의원, 조정식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뉴스1·중앙일보·연합뉴스

이 때문에 여권에선 김 대표가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연대의 방법론을 두고 내부 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 입장에선 2010년 경기지사 선거 때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의 단일화 방식(국민참여경선 50%, 가상대결 여론조사 50%)이 유리하다. 합당 또는 입당의 방식으로 민주당에 들어가 권리당원 중심의 경선을 치를 경우 이미 조직을 다져 온 현재 예비 후보군을 꺾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 본인도 지난 16일 JTBC ‘썰전’ 인터뷰에서 “어쩌면 합당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좀 성급한 얘기”라고 말해 단일화 방식에 무게를 뒀다.

반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군 사이에선 “합당이든 입당이든, 당연히 당에 들어와 경선을 치르는 게 공정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경기지사 경선 후보의 한 측근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선을 생각하더라도‘기호 1번’이 아닌 뒷순위 기호를 갖고 선거를 치르는 건 지겠다는 얘기”라며 “당 대 당 후보 단일화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결국 김 대표의 출마 지역과 연대 방식이 이번 지방선거 공천의 큰 쟁점이 될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지도부의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칫 잘못 정리하면 수도권 선거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