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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치 떠는 '잔혹 부대'…마리우폴 지키는 1000여명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 남동부 해안도시 마리우폴 함락이 임박하면서 '잔혹 부대'로 불리는 아조프(아조우) 연대의 운명이 바람 앞 등불이다. 아조프 연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강조했던 '탈나치화'의 핵심 대상으로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해안 도시 마리우폴을 지키고 있는 아조프 연대. 아조프 연대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해안 도시 마리우폴을 지키고 있는 아조프 연대. 아조프 연대 홈페이지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남은 아조프 연대의 군인들을 생포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침공 당위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조프 연대의 뿌리는 극우 민족주의자가 만든 민병대다.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반군이 전쟁을 일으키자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싸웠고, 6월에 마리우폴을 탈환하는 공을 세웠다. 그해 11월 공식군으로 편입돼 우크라이나 내무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이후 마리우폴을 지키고 있다.

현재 1000여명으로 구성된 아조프 연대는 러시아군 6000여명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방이 러시아군에 포위돼 보급이 끊긴 악조건 속에서도 러시아 소장급 장군을 사살하고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도심 침투를 막아냈다. 병원·학교·극장 등 민간 시설에 쉬지 않고 포탄이 날아오고 있는데도 4주 가까이 버텨왔다.

아조프 연대, 극우 민족주의·나치 상징물로 논란

우크라이나 아조프 연대 문양. 아조프 연대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아조프 연대 문양. 아조프 연대 홈페이지

비록 지금은 정규군이지만 아조프 연대의 정체성에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독일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아조프 연대는 나치 독일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상징물을 사용했다. 라틴 문자 N과 I의 조합으로 구성된 표식이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하다. 나치의 상징물인 ‘검은 태양’ 휘장을 사용한 적도 있다. 2015년에는 당시 아조프 연대 대변인이었던 안드리 디아첸코가 "아조프의 신병 중 10~20%가 나치주의자"라고 밝혔다.

잔혹성도 논란거리였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아조프 연대는 돈바스 전쟁의 친러 포로들을 마리우폴에 데려가 물과 전기로 고문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2015년 11월~2016년 2월까지 아조프 연대원들이 민간 건물에 무기와 병력을 배치하고, 주민들을 약탈해 내쫓는 등 국제인도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 40명이 아조프 연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정규군 되고 극우 활동과 분리...푸틴에겐 눈엣가시

그러나 더타임스는 "아조프 연대가 더 커지면서 극단적인 시각이 희석되고, 전체 백인 우월주의 경향이 약화됐다"고 전했다. DW도 "아조프 연대가 정규군이 되면서 극우 활동과 분리됐다. 훈련 과정에서 극우 사상이 있는 군인은 적발되기도 하는 등 우익 극단주의와 분리됐다"고 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아조프 연대를 잔혹한 우익 민족주자로 악마화한 건 러시아 프로파간다 효과로도 볼 수 있다. 아조프 연대가 돈바스 전쟁에서 잘 싸우면서 러시아에서 눈엣가시가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소였던 마리우폴 극장을 폭격한 것은 아조프 연대 소행이며 그들이 전기·난방·물 등이 끊긴 채 고립돼 있는 민간인들을 '방패'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 위성업체 막사르가 3월 21일에 공개한 지난 19일 마리우폴 모습. AFP=연합뉴스

민간 위성업체 막사르가 3월 21일에 공개한 지난 19일 마리우폴 모습. AFP=연합뉴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남부 회랑을 잇기 위한 절대적인 요충지다. 러시아는 서쪽 국경과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마리우폴 서쪽에 있는 자포리자주를 이미 점령한 터라 마리우폴만 함락하면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전부 가지게 된다. 그런데 마리우폴이 끈질기게 방어하면서 러시아는 예상치 않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친러 반군 수장 "마리우폴 점령 길게는 2주 소요" 

러시아군은 지난 20일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면 마리우폴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아조프 연대는 "마리우폴을 적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도시로 남을 것"이라면서 항복을 거부했다. 마리우폴 함락이 시간 문제라 해도 아조프 연대가 결사 항전 의지를 보이면서 러시아군이 최소 희생으로 차지하는 건 어려워졌다. 친러 반군 정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21일 러시아 국영 TV 채널인 로시야 1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 점령까지 1주도 어렵다. 길게는 2주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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