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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앞세웠지만…“칼사위”,“망나니” 거칠어진 與 '용산 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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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민주당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왜 안보 공백과 국정 혼란이 예견됨에도, 이렇게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느냐고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22일 오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이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 용산행’에 대해 한 말이다. 신 대변인은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권 반대에 대해 ‘대선 결과 불복’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도가 지나치다”며 “새 대통령이 임명되기까지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 어떻게 대선 불복이 될 수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집무실 이사가 민생보다 더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취임 후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불통 행정, 안보 불안, 서울 시민 재산권 침해 등 문제점은 해결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윤 위원장)던 전날 발언보다 ‘민생’과 ‘안보’에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개별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은 한층 거칠어졌다. ‘칼사위’, ‘윤석열씨’, ‘망나니’ 같은 날 선 표현도 나왔다. 조정식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불복’ 지적을 비판하며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살아있고, ‘칼사위’를 들이 내민다 한들 절대 꺾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최강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나라의 주인은 분명 국민이라는 점을, 윤석열씨의 몸과 마음에 확실히 새겨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망나니들의 장난질에 부서지고 망가지더라도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당선인에게 “집무실을 미국 백악관처럼 바꾸면 미국식 대통령제가 되고, 영국 총리관저처럼 바꾸면 의원내각제가 되느냐”고 비판했고, 전용기 의원도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투쟁이 청와대의 우려에 좌초되자 통의동에서 국정을 하겠다고 떼를 쓰는 모양새다. 가히 ‘투정의 끝판왕’국민의힘”이라고 꼬집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김상선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김상선 기자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직접 부딪히는 양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6·1 지방선거가 약 7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칫하면 임기 말 정부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논리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영향으로 보면 청와대 신·구 권력 충돌로 비치는 게 (민주당에) 오히려 감점이 될 수 있다”며 “당에서 이 문제를 반대하면 몰라도, 그렇게 비치는 건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청와대는 안보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얘기만 하고 그 밖의 얘기는 당에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새로운 갈등 국면이 조장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상황을 무겁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을 근소한 차이로 진 여권 입장에선 선명한 대립각으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고 중도층까지 포섭해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으로 비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19~20일) 미디어 토마토·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선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58.1%)가 찬성(33.1%) 여론보다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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